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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고 또 조이는 금감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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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금융감독 당국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과도한 유동성을 조이기에 나섰다. 앞으로 빚 내서 주식 투자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증권사들의 신용 융자 규모가 줄어든 데 이어 저축은행과 은행에서 주식 관련 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워진다.

증권업협회는 현재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자금 내역을 조사 중이다. 여기에서 '빚 내서 주식 투자하는' 현상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면 금융 당국이 신용 융자 규모를 더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권혁세 감독정책1국장은 31일 "전체 대출금 가운데 주식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단기간에 과도하게 불어난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금융회사들의 주식 관련 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은 물론 고객들이 대출 자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세밀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6월 말 현재 18개 저축은행의 주식 매입 자금 대출 잔액은 381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64.5%(2374억원) 늘어났다. 7개 시중은행의 6월 말 현재 주식 담보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65.2% 불어난 2조5579억원이었다.

금감위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은 증권 계좌를 만든 고객에게 계좌 잔고 평가액의 3~5배를 주식 매입 자금으로 빌려주면서 연 15~20%의 대출금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의 신용 융자보다 금리가 두 배나 높은 데다 담보 인정 비율이 너무 높아 증시가 급락할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을 초래하고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금감위의 판단이다.

은행은 현행법상 주식 매입 자금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 다만 고객이 제공하는 주식을 담보로 시가의 50~60% 수준에서 가계.기업자금을 빌려줄 수는 있다. 금감위는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서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아 주식에 재투자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국장은 "신용 융자 규제로 주식 관련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은행들이 꽉 막힌 주택담보대출 대체 수단으로 주식 관련 대출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용도 외 유용 사례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증권업협회도 7월 30일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실태 조사에 나섰다. 개인의 주식 투자 방식과 신용 융자 이용 여부, 주식 투자 자금 출처를 중심으로 조사 중이다. 금감위는 주식 관련 대출이 계속 급증할 경우 대출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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