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경선 D -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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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억류 21명 무사귀환 도와 달라"
이명박, 이슬람 지도자 3명에게 편지"아프간 억류 21명

"억류된 21명의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31일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이 편지는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셰이크 모하마드 두바이 지도자 등 이슬람권 지도자 세 명에게 전달됐다. 이 후보가 편지를 쓴 것은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조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자는 차원"(박형준 대변인)이라고 한다. 세 지도자는 모두 이 후보와 친분이 있다고 한다.

이 후보는 서한에서 "탈레반이 한국인 23명을 억류하고 그중 2명을 살해한 것은 반인권적 국제범죄"라며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가능한 어떤 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미국 정부와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평소 친구처럼 존경하는 분들도 좀 더 효과적인 해결을 위해 힘을 보태주길 간곡하게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 측은 "조만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도 억류된 우리 국민이 하루속히 풀려날 수 있도록 국제 공조에 더욱 힘써주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이날 캠프에 "국민이 아파하니까 자숙하고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런 지침에 따라 캠프에선 이날 발표하려던 '글로벌 청년 리더 10만 명 양성 계획'을 뒤로 미뤘다. 이 후보 본인도 참석하기로 했던 여성신문 주최 세미나에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프는 오전 내내 북적였다. 한두 시간 동안 여섯 차례의 지지선언이 잇따랐다.

오전 10시 성악가 임성규씨 등 '젊은 예술가' 85명이 이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경제발전 위에 사회적 안정을 이루고 진정한 문화강국, 예술강국 한국을 세계 속에 우뚝 세울 분"이라고 이 후보를 치켜세웠다. 이승곤 전 외교안보연구원장, 이기주 전 외교통상부 차관 등 17명도 "화려한 정치적 수사보다는 일에 대한 실질적 열정과 능력이 입증된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프로사진가협회 이사장과 회원 ▶한국권투위원회 심판위원 7명 ▶국가인적개발전문가 51명 ▶안보특별위.월남참전유공자위원회 회원들도 지지선언을 했다.

고정애 기자

"국민·당원서 앞서 대의원도 역전될 것"
박근혜, 자체 조사결과 내밀며 자신감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에서는 앞섰고, 당원에서도 앞서기 시작했다. 대의원에서도 곧 역전될 것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가 31일 캠프 자체 여론조사 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자신이 주재한 선대위 회의에서다. 그는 "경선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나라의 운명도 바뀔 것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경선은 한나라당만의 행사가 아니라 국운이 걸려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힘을 내 최선을 다해 승리하자"고 캠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 박 후보는 "여러 군데서 돈 선거 얘기가 들리는데 클린 선거를 위해 우리가 감시자 역할을 잘 하자"는 말을 했다고 이혜훈 대변인이 전했다. 선대위는 함승희 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클린선거대책단' 을 본격 가동키로 했다.

박 후보는 오후엔 인천지역을 찾았다. 지난달 30일 합동연설회에 이어 이틀째다. 이명박 후보보다 약세로 평가되는 수도권에서의 지지율 역전 관문으로 인천을 택한 것이다.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박 후보의 지난달 30일 인천 유세가 당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인천에서 역전의 발판이 마련됐고 이는 수도권 전체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송도 라마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천지역 기독교계 대표자 간담회에서 '사심 없는 후보론'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국가지도자가 사심 없이 할 때 인재를 모아 경제를 꽃피울 수 있다"며 "부모님을 흉탄에 잃으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보람 있는 것이 뭔가 생각했다. 부귀영화나 권세는 거품 같은 것으로 다 소용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때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며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이 가족이고 남편이고 식구라 생각하기 때문에 국민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인천지역 여성단체장 100여 명이 참여한 박 후보 지지 선언식에 참석했다. 그는 "여성이 행복한 나라는 무조건 선진국"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박 후보는 인천 방문에 앞서 경기도 안산과 용인 당원협의회 행사에 참석했다. 손목에 살구색 파스를 붙인 채였다. 박 후보는 2004년 총선 때도 손에 붕대를 감고 지원 유세에 나선 적이 있다.

이가영 기자<ideal@joongang.co.kr>

사진=강정현.조용철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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