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착지는 과테말라.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앤 카메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바람의 아이들)이라고까지 호언장담한다. 귀가 솔깃하다. 여장을 풀고 순박한 소년 후안을 따라나선 산 파블로 마을은 화산과 절벽과 눈부신 들판과 골짜기를 가진 신비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 파라다이스다. 경쟁의 각박함이나 분초를 다투는 사건사고 따위는 CNN 뉴스를 틀기 전에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유독 태양만은 낯익다. 지구 곳곳을 돌며 낮과 밤을 고루 나눠 주는 지독하리만큼 고지식한 태양이 여기에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빛의 은총을 입고 사는 모든 사람의 숙명이 그런 것처럼, 어쩔 수 없이 후안에게도 어둠이 있고 그림자가 있다.
일찌감치 사라져 버린 아빠, 아들의 침대까지 들고 달아난 엄마, 학교 담장을 훔쳐보며 눈물 삼키는 막막한 동심…. 작가가 엄살쟁이였다면, 독자들은 이쯤에서 후안의 때 이른 비애에 훌쩍거리느라 여행의 감흥이 와자작 깨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감상주의로는 생을 극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후안의 할머니 덕분에,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이를 수 있는지, 무엇이 우리를 그곳에 영원히 머무르게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환상여행의 재미에 눈떴다면 이번에는 포부를 크게 가지고 우주로 눈을 돌려 보자. 엘리너 캐머린의 『버섯인간과 마법의 식물』(아이세움)을 펼치면, 자기한테 딱 맞는 크기의 행성을 찾기 위해 뚝딱뚝딱 우주선을 만드는 데이비드가 기다리고 있다. “엥? 청룡열차도 못 타는 날더러 우주를 핑핑 날아다니라고? 내 사전에 우주여행은 없어!”라고 외치는 분이라면, 업데이트된 새 사전을 장만할 때. 눈 딱 감고 과감한 모험을 즐기시기 바란다. 버섯 행성에 착륙하면 엽서 한 장 보내주시길!
대상 연령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11세 이상의 어린이와 경제적이고도 유익한 휴가 계획 짜느라 뇌세포를 풀가동 중인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