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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어린이책] 환상여행 동반자를 찾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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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더위 피해 폭염을 찾아가는 열성으로 떠나 보지만 “집이 최고야!”를 외치며 총총 돌아오게 되는 피서. 고즈넉하게 음악 깔고 집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어도 애들 성화에 도무지 방법이 없다면? 귀차니스트 엄마들을 위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멋진 환상여행을 예약해 놓았다. 여행 경비? 팔랑팔랑 세종대왕 한 장으로 오케이! 짜증 나는 차량 행렬? 절대 노! 아직 활주로를 만나지 못해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는 상상력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첫 기착지는 과테말라.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앤 카메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바람의 아이들)이라고까지 호언장담한다. 귀가 솔깃하다. 여장을 풀고 순박한 소년 후안을 따라나선 산 파블로 마을은 화산과 절벽과 눈부신 들판과 골짜기를 가진 신비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 파라다이스다. 경쟁의 각박함이나 분초를 다투는 사건사고 따위는 CNN 뉴스를 틀기 전에는 만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런데 유독 태양만은 낯익다. 지구 곳곳을 돌며 낮과 밤을 고루 나눠 주는 지독하리만큼 고지식한 태양이 여기에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빛의 은총을 입고 사는 모든 사람의 숙명이 그런 것처럼, 어쩔 수 없이 후안에게도 어둠이 있고 그림자가 있다.

  일찌감치 사라져 버린 아빠, 아들의 침대까지 들고 달아난 엄마, 학교 담장을 훔쳐보며 눈물 삼키는 막막한 동심…. 작가가 엄살쟁이였다면, 독자들은 이쯤에서 후안의 때 이른 비애에 훌쩍거리느라 여행의 감흥이 와자작 깨어졌을 것이다. 다행히 감상주의로는 생을 극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후안의 할머니 덕분에, 어떻게 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이를 수 있는지, 무엇이 우리를 그곳에 영원히 머무르게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환상여행의 재미에 눈떴다면 이번에는 포부를 크게 가지고 우주로 눈을 돌려 보자. 엘리너 캐머린의 『버섯인간과 마법의 식물』(아이세움)을 펼치면, 자기한테 딱 맞는 크기의 행성을 찾기 위해 뚝딱뚝딱 우주선을 만드는 데이비드가 기다리고 있다. “엥? 청룡열차도 못 타는 날더러 우주를 핑핑 날아다니라고? 내 사전에 우주여행은 없어!”라고 외치는 분이라면, 업데이트된 새 사전을 장만할 때. 눈 딱 감고 과감한 모험을 즐기시기 바란다. 버섯 행성에 착륙하면 엽서 한 장 보내주시길!

 대상 연령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해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11세 이상의 어린이와 경제적이고도 유익한 휴가 계획 짜느라 뇌세포를 풀가동 중인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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