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에게 사과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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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더위를 피해, 쳇바퀴 일상을 벗어나, 얽힌 사람들 곁을 박차고…. 어디론가 도망갈 생각에만 골몰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네 안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때?”라고. 인생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서 말이다.

"무심히 버려둔 삶에 안부를 전하는 '내 안으로의 여행'"

“눈앞의 풍경이, 사람의 마음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던 순간을 기억합니까? 자신에게 얼마나 자주 그런 순간을 선물하나요? ‘기쁨’ 역에는 아주 잠깐 들러 물 한 병만 사들고는, 허겁지겁 ‘고민’ 역에 당도해 호텔을 잡고 오래오래 머무는 것이 우리의 여행법은 아닌가요?”
『인생에 대한 예의』는 이렇게 물으며 시작된다. 남들에겐 예의를 갖추면서, 누군가에겐 책임과 의무를 다하려고 발버둥치면서, 정작 자신은 버려두고 살지 않느냐고. 그리곤 바쁘거나, 혹은 귀찮고 두렵다는 핑계로 무심히 버려둔 ‘당신의 인생에 사과하라’고 당부한다. 저자가 전세계를 돌며 만난 18명의 영혼의 치유자 이야기를 통해 여태껏 소중히 지켜내지 못한 삶에게 안부를 전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가슴으로 향하는 여행
“나는 다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은 한 사람인 동시에 위로받고 싶어하는 나약한 한 사람의 몸으로 지구별을 여행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크고 작은 기적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중략) 그저 스쳐 지나가거나 친구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지구별 여행자들은 한결같이 내 가슴의 안부를 물어주었다. 뒤늦게야 나는, 그들이 항상 자신에게도 똑같은 안부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삶이라는 짐을 내려놓아보지 못해 꼿꼿이 굳은 몸을 한껏 풀어준 미라, 정글 속의 야수처럼 곤두서있는 우리 말을 되돌아보게 한 로사, 인생이라는 버스에서 뛰어내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엘머 할아버지….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훈훈한 이야기는 우리 마음 깊은 곳의 생채기를 어루만진다. ‘우리는 왜 가족이나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성스레 차와 음식을 내놓으며 잘 보이려고 애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겐 늘 모질고 엄하기만 하고, 때론 눈에 보이지 않는 잣대와 기준으로 옥죄느냐’고, ‘언제 한 번 마음 놓고 쉬어본 적, 자신을 풀어주고 한껏 자유롭게 해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엔 가슴이 뜨끔해진다. 더는 삶이 아파하지 않도록 따뜻한 말과 안부 인사를 통해 삶의 빈틈을 채워주고 진정으로 원하는 곳에 자신을 데려다놓으라는 다독임은 끙끙대던 수학 문제를 해결한 뒷맛처럼 개운하다.

인생에 찾아온 깜짝 선물
『인생에 대한 예의』는 작은 선물꾸러미 같은 책이다. 바쁘게 힘껏 달음질치다 어느 골목에서 만난 아이의 해맑은 웃음 같다. 사막 한가운데 불시착해 만난 어린왕자의 질문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서인도의 한 시골마을에서, 독일의 도심에서, 서유럽의 황량한 공장지대에서 만난 영혼의 치유자들은 이 책을 통해 소리로, 색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향기로 마음의 생채기를 보듬는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길 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책갈피마다 담긴 치유의 메시지가 차가워져가는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저자는 인생에 대한 가장 큰 결례는 ‘시큰둥한 태도’라고 전한다. 그것은 가장 빨리 늙는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가 삶에 대해 더 이상 흥분하지 않으면, 에너지도 더 이상 우리를 위해 피를 나르지 않는다. 저자는 주문한다. 감정의 여백을 메우고 있는 시큰둥한 마음을 꺼버리고 삶속에 뛰어들어 아이처럼 첨벙대며 놀고, 감동하고, 즐거워하라고. 그것이 자기 인생에 대한 예의다.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자료제공=쌤앤파커스 02-324-0255

◆ 저자 곽세라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20대 중반까지 광고회사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였다. 어느 날 회사에 사표를 내고 전 세계를 내 집처럼 드나들며 인연 닿는대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한다. 약속도 일정도 없이 여행 가방만 꾸리면 어디로든 나비처럼 훌훌 날아다닌다. 자유기고가, 방송진행자, 클럽메드의 인기강사, 손발 필요한 코스모폴리탄들의 심부름꾼과 같은 독특한 별명을 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