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에는 명주가 수두룩하다.
감칠맛 나는 삼지연 들쭉술, 강계·사리원 포도술과 몸을 단박에 달구는 개성 인삼술·회창 뱀술 등 등.
그밖에 평양술·용성맥주·금강생맥주 등 소주·맥주도 적잖게 빚어낸다.
하지만 과실·약주 등이 거의 수출되는 탓에 일반 주민에겐 한낱 그림의 떡인「신선술」일뿐이다.
2·16, 4·15명절(김정일·김일성 생일)과 결혼식 때는 가구당 소주 한병이 맛보기로 떨어지고, 맥주 몇순배가 돌아온다.
물론 술은 상점에 있지만 바꾼 돈표가 없으면 사기 힘든 만큼 성에 차지 않은 주민들은 강냉이·도토리술을 빚어먹기 일쑤다.
현재 북한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술은 역시 금패 개성고려인삼술과 삼지연 들쭉술.
인삼을 알콜로 우린 다음 색소·향료·유기산을 넣어 만든 인삼주의 주정도수는 32, 40%의 두종류가 있으며,『무역』지의 단골 선전품목이다.
들쭉술은 두을국(궁+미+궁) 주의 우리말.
자강도·양강도일대 산간지방 해발 5백∼6백m에서 열리는 앵두크기의 루비색 들쭉으로 빚으며 주정도는 5, 27, 40%등 세가지다.
주성분은 비타민이지만 포도당과 식물성산도 많아 위장병과 병치레후의 쇠약 증세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이 가운데 주정도 5%의 들쭉술은 아무리 마셔도 위장에 탈이 없는 비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때 지스카르 데스탱 전프랑스대통령이 자국산 포도주보다 낫다며 2박스를 주문하는 등 특히 외국인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밖에 포도주인 강계 인풍술(주정 30, 40%)과 뱀술인 대평 불로술(주정 60%)도 이름나 있다.
이들 술은 하나같이 지역 특산물인데다 주정도가 높고 다양한 게 특색이라 하겠다.
맥주는 평양 용성공장과 봉학식료종합공장에서 만든 용성맥주와 봉학맥주가 있으며 주정도는 각각 4.5%와 5∼5.5%.
생맥주로는 역시 병으로 파는 주정도 4.5%의 금강생맥주가 유일하다.
그러나 금강생맥주는 침전물이 많아 상표에 제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마셔야한다는 주의표시를 해두고 있다.
캔맥주는 주정도 4%의 평양 낙원공장산이 있다.
그러나 생산량이 적어 시중상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초대소등에만 비치돼 있다는 게 귀순자들 얘기다.
이밖에 일부 지방에서도 맥주를 만들지만 북한맥주는 양조방식이 소련식인 만큼 거품이 적고 맛이 떨어진다.
소주는 쌀·감자·밀에 사탕을 넣어 발효시킨 평양술등 주요 대도시에서 생산하고 있는 상태.
특히 평양술은 일반 소주와 달리 잡맛이 적은 술로 꼽힌다. 주정도는 25, 30, 40, 50, 60%로 매우 다양한 편.
이 같이 북한술은 다채롭지만 막걸리·칵테일은 없다고 귀순자들은 전한다.
술집은 평양시내 음식거리에만 15곳 정도 있다.
술은 상으로 팔며 술 두잔과 김치·명태·사과와 밥이 나온다. 값은 한상에 북한 돈으로 15원(무역환율로 치면 한화 5천원정도) 안팎.
일반 노동자의 한달 월급이 1백원임을 감안하면 문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음주습관은 특권층의 경우 술잔을 돌릴 때 새잔을 가져다 권하고 일반주민들은 술잔을 돌리지 않고 첨잔만 한다.<통일부=김국형 차장·유영구 기자·오영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