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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기업 고객만족에 사활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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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덩치 큰 기업이나 조직에 근무하는 사람을 이름만 갖고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안내전화를 걸어 연결을 부탁해봐야『모른다』며 과거나 인사부·총무부 등으로 여기저기 돌려지다 끊기고 말 것이다.

<럭키금성「메아리전화」>
럭키금성에서는 좀 다르다.『그룹에 송○○이란 사람이 근무한다는데 연결 좀 해달라』는 전화를 걸면 안내원들은 『그의 직책을 아느냐』『몇살쯤 됐느냐』고 역으로 물어가면서 기어이「금성산전 송과장」을 찾아 연결해준다. 이름만으로 연락처를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럭키금성이 지난 4월부터 가동중인 고객정보센터「메아리 전화」((787)1114)는 이처럼「자상한」안내에서부터 신제품 안내, 점포 위치, 아프터서비스 관련정보, 대고객 이벤트 정보 등은 물론 그룹·계열사의 매출액·순익 등 경영정보에 이르기까지 회사와 관련해 고객이 알고싶어 하는 거의 모든 정보를 즉시 알려준다.
럭금은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년3개월동안 종합전산망 구축, 각 계열사별 정보자료 입력, 안내 사원 교육 등의 힘든 작업을 해왔다. 또 앞으로도 정보 사항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자료를 수정 입력하는 번거로움을 되풀이해야 한다.『고객을 진실로 만족시키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기업간 기술수준 격차가 좁혀지고 상품의 공급초과로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잘 만들면 팔린다」는 개념의「품질 관리」(-QC:Quality Control)경영은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신「고객의 마음에 들어야 팔린다」는 의미의「고객만족」(CS:Customer Satisfaction)경영이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사장이 일일 판매 근무>
「고객 만족」경영이란 쉽게 얘기하자면『한번 찾은 손님들이 제품뿐 아니라 회사의 마음 씀씀이에도 만족, 자진해 단골손님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가장 적극적·공격적 경영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기업 그룹을 중심으로 한 많은 기업들은「고객 만족」경영을 시대의 변화·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른 최선의 경영 전략으로, 국제적으로 선진국의「높은 기술」과 개발도상국의 「낮은 가격」의 협공을 견뎌낼 수 있는 최후의 생존 전략으로 보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에 따라 제품의 기획·생산단계에서부터 고객의 의견을 반영하고, 판매한 이후에는 반응을 들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며 친절 서비스 운동을 활발히 전개하는가 하면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유지할 수 있도록 홍보 방안도 적극 강구하고 있다.
요새 한창 유행하고 있는「사장과 임원들의 일일 판매 현장 근무」「소비자 모니터·소비자 중역 제도」「고객 사은잔치」「불량제품 수집 전시회」등이 다 그런 것들이다.
삼성전자의 고객 취향에 맞는 제품 만들기 노력은 각별하다. 지난해부터「소비자품질 인증 센터」를 만들어 일반 가정주부 10여명을 채용, 새로 개발한 제품을 실수요자 입장에서 다각도로 써보게 한 뒤 최종 판매 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있다. 또「생활문화연구센터」도 마련, 소비자의 제품사용 습관을 연구하고 시제품을 필드 테스트하도록 해 그 결과를 꾸준히 피드 백 받고있다.
제일제당은 고객의 견해를 듣고 이를 경영 활동에 반영하는데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이 회사가 운영중인「고객정보전산시스팀」은 고객상담실 등에 접수된 불만·건의사항 일체를 해당 부서로 전달한 뒤 개선 결과까지 챙기는「고객정보유통시스팀」과 고객의 문의 사항을 화상과 문자까지 동원해 답해주는「고객상담시스팀」으로 묶여 있어 큰 효과를 거두고있다.
이와 함께 제품에 잘못이 발견됐을 때 물건을 회수해 고쳐주는 소비자 리콜제도도 최초로 도입했다.
시제품도 소비자 검증 가전·식품·자동차회사나 백화점 등과 달리 직접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지 않는 철강·석유화학 등 중간소재 공급업체들도 최근 들어「고객만족」경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포항제철은 올해부터「고객만족」경영을 강조, 분기별로 수요업체를 방문하거나 관계자들을 초청해 제품에 대한 요구 및 불만 사항을 듣고 이를 토대로 품질·납기·수주·운송 방식 등을 개선해나가는 한편 해외 수요업체를 대상으로도 판매 전후의 불만 사항 등을 설문 조사해 그 결과를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포철은 중간 소재를 공급하는 업종일수록 수요자가 명확히 노출되어 있고 숫자도 적어 한둘만 떨어져나가도 타격이 크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소비재 업종보다 더욱 고객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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