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내서 「진급통」으로 유명/천기호치안감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승진때 “1억뇌물”등 끊임없는 비리소문
검찰이 슬롯머신사건을 수사하면서 배후인물로 거론되던 정·관계인물중 최초로 소환한 천기호씨(58·치안감·경찰청경무국대기). 그는 소환 하루전인 10일 본사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슬롯머신 지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열을 올리며 관련사실을 부인했었다.
천씨는 경찰관생활 33년의 대부분을 수사부문에서 보내며 고속승진가도를 달려왔으나 경찰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끊임없이 금품수수등 비리소문에 휩싸여온 인물이다.
60년 8월 학사경사로 경찰에 투신,63년 4월 경찰간부후보 14기로 경위가 된 천씨는 대기발령직전인 지난 3월까지 서대문서 형사3반장,북부서·용산서 형사계장,시경 강력·경제·도범계장,시경형사과장,치안본부 형사과장,치안본부 형사부장,시경3부장(형사·보안담당),경찰청 형사국장등 형사가 걸을 수 있는 최고의 경력을 밟아왔다.
그러나 그는 「수사통」은 아니다. 오히려 경찰내부에서는 그를 「진급통」으로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서울강남서장·경북도경국장등 지휘관을 거치면서 비리 소문과 함께 진급때마다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 형사반장시절부터 『천씨에게 부탁하면 해결안되는 사건이 없다』는 불명예스러운 인물평과 함께 사건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승진을 위해 엄청난 규모의 상납을 했다는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이 천씨를 계속 따라다녔다.
또 경무관 승진당시인 86년에는 천씨가 당시 거액인 1억원을 승진자금으로 썼다는 소문이 나돌아 경무관을 「빽무관」「억무관」「돈무관」이라는 비아냥거리로 만든 장본인으로 보는 경찰내부의 눈길도 있다.
지난 3월 김효은경찰청장이 치안감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동기생인 천씨를 대기발령시킨 것도 천씨를 싸고도는 비리관련 정보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천씨는 김청장에게 『증거를 대라. 증거없이 사람을 죽이려 한다』며 강력히 반발,김청장이 한동안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
『슬롯머신 수사가 끝나면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큰 소리치던 천씨는 결국 30여년간 자신이 단죄해온 죄목에 의해 사법처리를 받는 아이로니컬한 인생을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김우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