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불황 몸부림(일 자동차업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해외수요줄고 엔고겹치자 “홍역”/설비투자·모델감축 등 활로모색
일본산업 경쟁력의 상징인 자동차산업이 3년째 계속되는 불황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엔고아래 일본 자동차업계의 탈불황전략을 두차례의 현지점검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
『일본 자동차업계는 사상 최대의 위기국면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군살빼기·기술개발 등을 통한 생존경쟁의 단계에 이르렀다.』
일본 동경에서 만난 혼다자동차 한 간부의 일본 자동차업계 현주소에 대한 진단이다.
전후 일본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일본 자동차업계가 이처럼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은 세계적 불경기로 자동차 수요가 크게 준데다 엔고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우선 내수판매의 경우 전후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지난해에는 91년대비 7.5% 감소한 6백96만대에 그쳤다.
수출 역시 91년보다 2%(9만3천대) 감소한 5백66만대로 7년 연속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일본 차에 대한 수입규제 강화와 미국 및 유럽메이커의 경쟁력 향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
엔고의 영향도 커 혼다사의 경우만도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10엔 상승함으로써 8백억엔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최근 몇년간 1백40만대나 늘린 설비확장이 큰 짐이 돼 92년도 결산에서 후지사를 뺀 10개사가 대규모 이익감소 또는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2위업체인 닛산은 92년 결산에서 사상 처음 적자(2백억엔)를 낼 판이다.
여기에 비상이 걸린 일본 자동차업계는 ▲공장 폐쇄·일부 사업포기 등 국내생산체계 개편 ▲해외 현재생산체제 강화 ▲모델감축 및 주기연장 ▲제로성장전략 ▲하이테크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특히 닛산자동차가 좌간공장(연산 26만대의 승용차 주력공장)을 95년까지 폐쇄하고 게열사에서 5천명을 감원하겠다는 발표를 2월말에 내놓아 일본 재계에 충격을 주었었다.
지난해 이스즈사가 승용차 사업을 포기했고 마쓰다사의 미국 고급차 시장 진출 포기,닛산의 호주 공장 철수,다이하쓰사의 미국시장 철수 등 생산체계 개편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닛간과 도요타 등은 올해부터 작업시간 체계를 바꿔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와 이때부터 밤12시까지의 2교대만 하도록해 시간외 근무나 철야근무를 없애 나가고 있다. 마쓰다의 방부공장은 가동률을 40%로 낮추는 등 전 업계가 가동도 줄이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또 너무나 많은 모델과 짧은 모델 주기가 큰 부담이 된다고 보고 모델 축소 및 주기연장에 나서고 있다.
닛산은 95년까지 차형을 지금보다 35% 줄이고 부품도 40%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며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모델변경을 한 코로나 승용차의 사양수를 40종에서 31종으로 줄였다. 각 업체는 현재 4년인 신차종 투입기간도 5∼6년으로 늘릴 방침이다.<협산시(기옥현)=김일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