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과학책이 연애소설처럼 흥미진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과학책 읽는 게 컴퓨터 게임보다 재미있어요.”

대개의 청소년들은 과학이나 수학 교과서만 펴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나 최영준(서울과학고 3년)·오태곤(경기과학고 3) 군과 문선영(서울 구정고 3)양은 전혀 다르다. 이달 잇따라 열린 국제과학올림피아드대회(물리·생물·화학)의 당당한 금메달리스트들인 이들은 하루 종일 과학책을 붙잡고 있어도 전혀 지루한 줄 모른다. 책장을 넘길수록 무협지나 연애소설처럼 빠져든다는 과학 매니어다.

최군은 이달 13~22일 76개국 337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란에서 열린 38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대회에서 개인 종합 1위를 했다. 우리나라가 이 대회에 참가한 이후 이후 최고 성적이다. 최군은 귀국 후 27일에는 올림피아드 준비를 하는 학교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했다. 그를 지도한 이화여대 김성원 교수(국제물리올림피아드 한국 대표팀 단장)는 “머리도 비상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집착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최 군은 “세계 물리학사에 이름을 남길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문 양과 오 군도 과학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인체와 식물의 신비를 하나 둘 깨우치는 게 너무 재미 있어요. 나무 줄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그렇게 오묘할 수가 없죠.”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딴 문 양은 기초의학을 연구하고 싶은 의과대 지망생이다. 아버지도 의사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딴 오 군은 화학이 가장 쉽다고 한다. 복잡한 화학식을 풀고 실험을 하다 보면 서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른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과학고라 친구들끼리 궁금한 것을 묻고 가르쳐주는 분위기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보통 새벽 한두 시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6시 30분이면 일어난다. 부족한 잠은 주말에 집에 가 몰아 채운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학교 시절에 이미 대학의 일반화학이나 물리·생물 과목을 통달할 정도로 영재 교육을 받은 것이다. 이 정도가 아니면 국내 예선에서조차 입상권에 들기 힘들다. 대학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앞두고 사설 학원의 올림피아드 대비반에도 다녔다. 대회 두 달 전부터는 전담 지도교수한테서 집중 지도를 받았다. 부모들의 극성스런 지원이 과학영재 탄생의 원동력인 경우가 많다. 치밀한 학습 계획과 전략을 세우고 중학교 때부터 각종 과학경시대회에 자녀들을 참가시키는 것이다.

과학 영재들이라고 공부만 하는 게 아니다. 저마다 취미 생활로 생활의 리듬과 풍요로움을 일군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바이올린 주자였다. 최 군은 피아노연주 서클에서 활동한다.

방과 후 음악실에서 쇼팽을 연주할 때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오 군은 농구·축구·탁구 같은 구기를 잘한다. 문 양은 MP3로 음악 듣는 게 취미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bpark@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