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비디오 곧 공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일본 니혼TV가 한국인 인질들이 피랍 전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30일 공개한 영상의 일부. 하지만 분당 샘물교회 측은 "봉사대원 23명은 칸다하르로 향하던 중 납치됐으며, 영상에 나온 사람들은 교회와 관련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TV 촬영=조문규 기자]


탈레반에 인질로 억류된 한국인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가 곧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는 한 현지 소식통은 "탈레반이 인질의 모습을 촬영해 지금 편집하고 있으며,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공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30일 본지에 전했다. 그는 "인질들의 현재 모습과 조속한 석방을 간절히 호소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들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이어 "인질들이 총으로 위협받는 장면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전언으로 미루어 탈레반은 29일 본지와 통화한 이지영씨처럼 민가에 옮겨진 인질들의 모습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는 비디오 테이프에 인질 몇 명의 모습이 담길지, 공개 시기가 언제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인질들의 비디오까지 공개하는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뚜렷한 진전 없이 협상 시한만 계속 연장되는 상황에서 인질들의 모습을 공개해 극적인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과거 탈레반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억류생활로 지치고 초췌한 인질들의 모습이 강조됐었다.

올해 3월 납치됐던 이탈리아의 다니엘 마스트로자코모 기자는 피로한 모습으로 "탈레반의 모든 요구를 들어달라고 로마노 프로디 총리에게 호소한다"고 말했다. 4월에 납치된 프랑스 구호단체 요원 2명의 경우 남성 인질은 창백한 얼굴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이, 여성 인질은 눈물을 글썽이는 표정이 화면을 가득 채웠었다. 이들은 "탈레반의 요구가 거절되면 우리는 참수된다. 프랑스 정부와 의회가 노력해 달라"며 흐느꼈다.

한편 일본 니혼TV는 30일 뉴스를 통해 납치된 한국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모습이라며 40초간 동영상을 공개했다. '납치 전 웃는 얼굴로 교류… 오후 4시 반이 협상 기간'이라는 자막이 덧붙여진 화면에는 아프간 주민과 어울려 노래하고,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한국인 봉사단체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이 방송사 앵커는 "이 화면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에서 촬영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당 샘물교회 측은 "인질 23명은 칸다하르로 향하던 도중 납치됐으며,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교회 관계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홍주희 기자<honghong@joongang.co.kr>

TV 촬영=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