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코리안(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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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인으로 소설가로 활약하다가 외국에 이민한 사람들이 작품을 발표하게 되면 생생한 이민체험이 절절하게 묻어 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미국에 많이 몰려있는 이민문인들의 작품,특히 소설을 보게되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이민생활의 여러가지 모습들이 실감있게 펼쳐진다. 그 가운데는 이민생활의 고통과 슬픔을 그린 것들도 많지만 재미 한국인들의 어두운 삶,추악한 삶을 그린 것들도 적지 않다.
어두운 삶,추악한 삶을 그린 작품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물론 부정적 인간형들이다. 사기꾼이나 도박꾼이 등장하여 동족의 등을 치는가 하면,마약상습복용자나 성격파탄자들이 한민족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도 한다. 얼마전 국내에서 출간된 한 재미작가의 소설속에는 한 동포가 「한국에서 온갖 못된 짓을 일삼다가 더할 일이 없으면 기어드는 곳이 미국이란 말인가」라고 자탄하는 대목도 나온다. 어느 교포 성직자가 이민동포들을 골탕먹여 치부하는 과정을 그린 단편소설도 있다. 물론 모두가 실제의 이민생활을 바탕으로한 글이라는 단서가 달려있다.
그러나 이민생활의 그같은 부정적 모습들이 드러나는데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교포들도 많다. 일시 귀국한 교포들이 늘 하는 소리지만 「긍정적인 삶들도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이면 그런 부정적인 모습을 그려 이민사회의 전체적 이미지를 흐리려 하는가」라는 것이다. 사기꾼이나 도박꾼 없는 시대가 언제 있었으며,마약상습복용자나 성격파탄자가 없는 사회가 어디 있었느냐는 주장이다.
어디 한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면 전체가 부분에 휩쓸릴 염려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추한 한국인』이라는 제목의 책도 한국인의 극히 부분적인 부정적 모습들을 엮었음에도 마치 한국인 전체가 추악하다는 점을 내비치려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그렇게 하자면 그보다 몇십배 몇백배 심한 『추한 일본인』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직 목사인 재미교포 유지가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미 지방법원에서 법정구속된 사건은 우리를 섬뜩하게 하고 부끄럽게 한다. 그야말로 「추악한 한국인」의 모습인데 교포사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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