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철 노처녀의 구애기-「녹색광선」|「쿨 월드」-현실·만화세계 절묘한 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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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름 바캉스를 함께 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고민하는 한 노처녀의 이야기. 영화 『녹색광선』(신한프러덕션)은 이 뻔한 이야기를 깊이 있는 내면의 드라마로 끌어올린 보기 드문 수작이다. 사건이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속에서 감독인 에릭로메르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사전 대본 없이 현장에서의 즉흥연출로 만들어진 작품임에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화면은 로메르의 대가다운 면모를 엿보게 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냉정한 관찰자가 되게 하는 카메라워크도 탁월하다.
랠프 박시감독의 『쿨월드』(CIC)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성인용 코미디물.
해리스는 새로 구입한 오토바이로 거리를 질주하다 사고가 발생, 만화세계인 쿨 월드의 경찰로 환생하게 된다. 실제인물, 그것도 킴베신저 같은 글래머미녀로 환생하고 싶어하는 만화인물할리우드가 실제 살아있는 인간과 섹스를 나눠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그를 만화세계로 불러들인 것이다.
이런 유의 영화로 기념비적이라 할 수 있는 로버트 제메키스의 『로저 래빗』에 비견할만한 작품은 못되지만 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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