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산책] 서울 논현동 매스메스에이지 사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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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흔히 공간을 메워나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매스메스에이지 사옥은 통념과 달리 큰 정방형의 입체에서 여러 부분을 잘라내 건축한 느낌을 준다. 외부에서 보면 아주 단순한 돌덩어리 같은데 내부로 들어가면 얼마나 섬세하고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는지 이중적인 연출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매스메스에이지 사옥을 처음 보면 아주 거대한 정방형 돌덩어리가 묵직하게 내려앉은 듯하다. 하지만 다가갈수록 이곳 저곳 비워진 부분이 나타나면서 묘한 이질감을 던진다. 정방형의 가운데를 비워 마당으로 만들고, 그 나머지 'ㄷ'자 형태로 건물을 세웠다. 공간은 가운데 마당이 되기도 했고, 지하 스튜디오로 빛을 끌어들이는 빛우물 구실도 한다. 또 마당이 도로와 만나는 상부에는 건물 양쪽 기능을 이어주기 위한 브리지가 설치됐다. 이 브리지는 마당과 도로를 입체적으로 구분짓는 동시에 내부 사람들의 움직임을 외부에 보여주면서 건물과 도시의 관계 맺기에 중요한 소품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건물의 형태는 광고회사인 건축주가 '은밀함'이란 코드로 도시와 관계 맺기를 원해 이뤄졌다. 아이디어가 생명인 광고회사가 요구하는 공간은, 대중적이면서도 동시에 보안유지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설계를 담당한 위드건축의 서용근 소장은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동시에 적절하게 가릴 수 있는 공간 만들기가 이번 설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도로와 만나는 마당은 수직적인 차이를 통해 시각적으로는 개방됐지만, 물리적으로는 단절된 형태로 구성됐다. 마당에서의 움직임을 도로를 지나는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대중들에게 시각적 접근성만 남겨둔 셈이다.

매스메스에이지 사옥은 2백18평의 대지에 지하 3층.지상 3층으로 전체 규모는 약 7백30평이다. 1층에는 카페와 감독실 등 매스메스에이지 사무실이 있으며, 2.3층은 각각 광고회사와 디자인 회사가 쓰고 있다. 지하층에는 광고 촬영을 위해 층고(層高)가 높은 스튜디오와 분장실 등이 배치됐다.

건물로 둘러싸인 가운데 마당은 텅 비워두었다. 이곳은 "우리 전통 한옥의 마당처럼 언제나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에너지로 가득찬 공간으로 건물의 핵심"이라고 서 소장은 표현했다.

마당을 둘러싸고 'ㄷ'자로 배치된 사무실은 전면이 유리로 이루어져 사무실 내의 움직임이 투명하게 비친다. 마당 삼면에 TV가 설치된 듯하다. 특히 'ㄷ'자의 열린 부분을 2층에서 연결한 브리지는 통로 역할과 함께 그림의 틀과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마당을 일종의 무대 세트로 격상시키려는 배려로 보인다.

또 하나의 비워진 공간인 진입계단 옆에 위치한 빛우물은 하늘이 바로 보이는 지하 3층의 조각마당으로 이어져 지하층의 쉼터이자 숨통 역할을 한다. 이 공간은 또 지하에 부피가 큰 촬영장비를 운반할 때도 쓰인다. 공간 비워내기는 1층 카페와 2층 회의실에서 수직적.수평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직사각형 공간 구석 구석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한편 건물 내부 기둥 사이에 설치된 슬라이딩 벽은 필요에 따라 유리벽과의 사이에서 복도공간을 형성하면서 외부 시선을 한번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공적 영역인 마당으로부터 사적 영역인 사무공간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건물을 원석 덩어리로 보이고 싶어 하는 건축주의 의도에 따라 외장재료는 거친 무늬의 대리석이 사용됐다. 연한 분홍색 느낌의 대리석은 물에 젖으면 감춰졌던 무늬가 살아나면서 비 오는 날에는 건물의 표정을 전혀 색다르게 만들기도 한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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