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미­불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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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항공기밀 빼내려다 들통… 미선 파리에어쇼 불참
프랑스정부가 산하 정보기관에 미국 항공업계의 비밀을 캐내라는 지시가 담긴 문서가 공개돼 미국·프랑스간 산업 스파이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미국의 종합매체기관인 나이트­라이더사는 최근 프랑스 상무 및 과학기술부의 21페이지짜리 방위비밀 문서를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의 우주항공분야 회사 등 49개 산업체와 24개 금융기관,6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빼낼 기업비밀을 목록까지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 89∼90년 2년간에 걸쳐 작성된 이 문서는 스파이 대상물로 휴즈항공회사가 제작중인 통신위성의 비밀을 비롯,제너럴 일렉트릭(GE)사의 위성기술 및 부품과 항법장치,보잉사가 제작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V­22오스프리기·맥도널드 더글러스·록히드·재너럴 다이내믹스사 등 미국의 유수한 우주항공 회사의 최신 개발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까지 프랑스정부는 국영 우주항공회사의 경쟁업체인 미국 회사들의 최신 기술을 빼내 국영회사들에 공급한다는 혐의를 받아왔다.
이 문서에 대해 프랑스정부는 『문서가 진짜라는 증거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미 국무성은 『우리도 이미 이 문서에 대한 보고를 받았으며 프랑스의 스파이 혐의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이러한 스파이행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미 국방부는 다음달 파리에서 열릴 에어쇼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각종 신예기가 이 에어쇼의 주축을 이루어왔으나 프랑스가 이 에어쇼를 산업 스파이 장소로 이용한다는 불신 때문에 이에 불참키로 한 것이다.
이 문서가 빼내오라고 지시한 휴즈사의 통신위성의 경우 이미 프랑스가 동형의 위성을 개발해 낮은 가격으로 국제시장에서 휴즈사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들어 소위 우방에 의한 산업스파이 활동에 대한 조사를 강화,지난 9개월동안 적발된 산업스파이 활동이 5백건이었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미 관련 항공우주회사에 프랑스의 이같은 스파이 활동을 통보하고 경계할 것을 촉구했다. 미 정보기관들은 우방 가운데 프랑스를 산업스파이 1등국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일본·한국,그밖의 유럽국가들을 경계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는 보도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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