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셔츠도 멋진 화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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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군의 작가들이 T셔츠를 화판 삼아 제작한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팔당 디디(DiDi·회장 전수창)가 1∼9일 팔당댐 부근에 있는 천주교묘지 입구에서 펼치고있는 T셔츠전이 바로 그것.
경기도 남양주군·양평군·구리시·미금시등 팔당댐 주변에서 살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15명이 T셔츠에 직접 그린 작품 3백여점을 전시하고 작품당 3만원씩 판매도 하고있다.
팔당주변의 작가들이「이름없는 작가군」을 의미하는「디디」를 명칭으로 내걸고 T셔츠 그림전을 갖기로 기획한 것은 6개월 전. 각자가 개별적으로 작품을 하되 화판이 되는 T셔츠라든가 물감 등 재료는 공동구입하고 전시회를 통해 얻은 이익금은 공동분배 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이들이 이 같은 착상을 하게 된 것은 미술작품이 작가라든가, 구매능력을 가진 부유층 같은 일부 특수층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여기에 작품발표는 물론 재료비를 마련하기조차 힘겨운 이들의 현실도 함께 반영됐다.
『캔버스에 작품을 그려 어엿한 전시장에서 발표회를 갖자면 돈이 많이 드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 그림 값이 비싸져 일반인은 작품을 사기 어렵게 되고 작가는 작품이 팔리지 않아 창작활동에 지장을 받게됩니다. 이런데서 벗어나 작가가 자유롭게 작업하고,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거지요.』 전회장의「탈 캔버스」변이다.
작가의 서명이 따로 없는 이 T셔츠 작품들은 그러나 현역작가들의 예술성만은 빈틈없이 담겨있다. 벽에 붙여 놓으면 훌륭한 그림으로, 입고 다니면 멋진 미술의상으로 각각 활용할 수 있어「일거양득」이라는 것이 이들의 얘기. <홍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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