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로봇이야기

21세기의 로봇 선두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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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거의 매주 새로운 로봇이 나온다. 그 많은 로봇 중에서 가장 의미가 크고 시대를 주도하는 로봇은 무엇일까?

 국제로봇연맹은 매년 세계로봇통계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조현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 시장이 더 크다. 다만 시장이 안정돼 뉴스에 안 나올 따름이다. 기억에 남는 로봇으로는 컨베이어 벨트에 아무렇게나 놓인 초콜릿·화장품을 하나씩 집어 상자에 가지런히 담는 로봇인데, 1초에 4개씩 담을 수 있다. 수치로는 별 느낌이 없으나 실제 로봇을 보면 잘 안보일 만큼 빠르다. 로봇 팔 구조를 병렬식으로 만들어 가볍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산업용 로봇 분야에 전파돼 이제는 두 팔로 작업하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결국 산업용 로봇은 훌륭한 20세기 주자로서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제조용 이외의 로봇을 서비스 로봇 또는 지능형 로봇이라고 하는데 최근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결국 21세기의 로봇 선두주자는 서비스 로봇 중의 하나가 되겠다. 개인용 서비스 로봇은 진공청소 로봇, 잔디 깎는 로봇, 오락·여가 로봇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2002년 미국 진공청소 로봇 ‘룸바’가 나와 150만 대 이상 팔려 이제는 안정된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가전로봇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는 크지만 그 이상의 자리매김을 하긴 어렵다.

 인간형 골격을 가진 휴머노이드 로봇과 얼굴 표정을 가진 안드로이드는 흥미롭고 향후 로봇 외형에 대한 기준이나 로봇과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시장이 형성되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무선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로봇, 또는 유비쿼터스 로봇을 주창했다. 특히 정통부는 전략사업으로 크게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로봇에 무선 인터넷통신은 기본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통신을 통해 자신의 지능과 정보까지 외부에서 공급받는 개념도 알려졌다. 이들은 기존의 인터넷과 새롭게 떠오른 로봇을 서로 접목했다는 의미가 있다.

 경비 로봇, 홈 로봇, 장난감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은 각자 영역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고 로봇 세계의 일부를 맡고 있다. 의료 로봇도 마찬가지지만 의사를 대신해 인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술 로봇으로 실제 수술을 하는 장면을 본 결과 아주 잘 만들었고 잘 움직이고 또 예상보다 쓸모가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세계 로봇 통계에서 국방 로봇은 성장률이 100%를 넘어 가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 처음에는 그저 그러려니 했으나 이제는 증가율 숫자를 넘어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미국의 국방 로봇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종종 보도에 나오는 전투 로봇 등의 면면 때문이다.

 미국은 군대 차량의 일부를 로봇화하고 전투기 로봇도 속속 신기종을 개발해 전쟁에 투입하고 있다. 미군의 일정 비율을 카메라·안테나·팔·기관총을 가진 군인 로봇으로 대치할 계획도 실행하고 있다. 영화 ‘스타워즈’에 머리와 팔다리를 가진 휴머노이드형 군인 로봇들이 나온다. 10년 아니 5년 후의 미군 모습을 생각하면 그런 영화 장면이 떠오른다. 한마디로 충격적인 모습이다. 이스라엘이 전쟁터에서 환자를 수송하는 프로펠라형 무인 앰뷸런스 비행 로봇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었다. 전쟁 중에 포위된 부상병이 무선통신으로 자신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좌표를 송신하면 불과 수 분 내로 날아온다. 후송 중 군의관은 부상자를 스피커로 안심시킬 수 있다. 요즘 들어 웹사이트에 자기 회사 주소를 GPS 좌표로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도 이제 GPS 좌표를 넣은 명함을 만들면 어떨까.

 국방 로봇은 21세기 로봇의 선두주자다. 일반인들이 사는 제품은 아니지만 국방 기능 외에도 미국이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국가산업이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