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율적 교육관 정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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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음악」이라는 어휘는「하나」지만 내용물은「여럿」이다.구 음악과 신음악이 있는가하면 대중음악과 순수음악이 있다. 순수음악 중에서도 성악이 있는가 하면 기악도 있다. 음악의 구조 역시 하나가 아니다.
사회의 구조는 음악의 구조와 닮았다. 「사회」라는 어휘는 하나지만 사회의 내용은 여렷이다. 성공적인 음악이 여럿 있듯이 성공적 사회 역시 여럿 있다. 한국의 현 사회는 성공적인 음악의 생리를 본뜰때 성공적인 사회가 된다.
단선율음악은 선율이 하나로 이루어지고 있는 음악이다. 다선율음악은 둘 이상의 선율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는 길이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선율이 동시에 진행되고있기 때문에 성공적이지 못한 음악에서는 각 선율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성공적인 음악에서는 성격이 서로 다른 선율이 동시에 진행된다 해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상치된 요인들이 어울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든다. 음악의 생리를 본뜨면 상치되는 요인들이 서로 겹쳐도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음악이 처음 생겼을 때는 단선율음악이었다. 한 세월동안 단선율음악만이 세상을 지배하다가 인간들은 차츰 다선율음악을 만들어냈다. 한국사회는 단선율식 사회라기 보다 다선율식 사회가 돼야 한다.
교육의 경우 특히 그렇다. 인문교육과 예술교육의 갈길은 서로 다른 선율이 가는 길과 같아야 한다. 신한국이 옳게 건설되려면 단선율식 교육관을 탈피하고 다선율식 교육관을 수용해야 한다. 수용할수 있는 문화적 기후를 창조해야 한다. 생각하는 방식을 다선율의 생존 방식과 닮게해야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예외없이 국민학교를 가야하고, 누구나 대학에 가야한다는 관념에 지배되어 있다. 교육에의 길이 하나뿐이라는 관념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학력고사 인간형과 상관되는 단선율식 교육관에 지배되고있는 것이 문제다. 모든 사람이 반드시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도 성공적으로 이 사회에서 살수 있어야 한다. 다선율식 교육관이 허용되는 사회로 신한국은 개조돼야한다.
학교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사람답게 살수 있는 아이는 얼마든지 있다. 학교 공부는 형편없는데, 가령 피아노를 잘 치는 아이, 공상이 많은 아이, 손재간이 많은 아이, 운동을 잘하는 아이는 우리 주변에 많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도 찬란히 빛나는 태양빛을 받는 양지가 마련돼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가 가는 길과 다른 것을 잘 하는 아이들이 가는 길이 양쪽 길 모두가 제도적으로 마련되는 다선율식 교육관의 정착이 이 때문에 필요하다. 교육의 모범이 단선율식이 아니라 다선율식이 돼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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