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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대 탈선 슛', '런던 대공황 슛'…슛 실수 별명도 충격적이네

중앙일보

입력

2003년 10월 유로 2004 조별 예선 잉글랜드와 터키의 경기. 잉글랜드는 0-0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다. 킥 전담은 ‘영국 축구의 상징’ 데이비드 베컴(32ㆍLA갤럭시).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베컴의 발걸음은 엉켰고 오른발에 맞은 공은 하늘 높이 솟았다. 이른바 ‘런던 대공황 슛’. 팬들은 1929년 뉴욕주식거래소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의 경기 침체와 맞먹는 충격을 받았는지 그런 이름을 붙였다.

런던 대공황 슛

일본 야나기사와(30ㆍ가시마)도 2006 독일월드컵에서 일본 팬들을 안타깝게 하는 실수를 범했다. 1패를 안고 맞붙은 크로아티아와의 경기. 0-0으로 맞선 후반 5분40초 다카하라의 패스는 골키퍼까지 따돌릴 정도로 완벽했다. 야나기사와가 그저 왼발만 살짝 공에 대면 득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나기사와는 오른발 바깥쪽으로 공을 건드렸고 공은 골대 우측 멀리 구르며 아웃됐다. 지쿠 감독을 비롯한 일본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후 이 슛은 이름도 충격적인 ‘신칸센 대탈선 슛’으로 명명됐다. 이미 ‘후지산 대폭발 슛’이라는 실수를 범하며 자존심을 구긴 야나기사와의 두 번째 굴욕이었다.

신칸센 대 탈선 슛

국내 선수 또한 슈팅에서 실수를 할 때면 여지없이 슛 별명이 따라붙는다. 이동국의 ‘대기권 돌파 슛’이 대표적이다.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쿠웨이트와의 홈경기. 전반 12분 이동국이 때린 왼발 슛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네티즌들은 이 장면을 로켓 발사 장면과 결합해 동영상 UCC를 만들었고,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슛 별명은 팬들로선 재밌기 그지없다. 하지만 선수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성적이 좋을 때는 본인도 즐겁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컴퓨터를 켜는 것조차 두렵다고 한다. 지난해 수원삼성전에서 범한 슈팅 실수에 ‘청계천 물난리 슛’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주영(22ㆍFC서울)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 연고팀 스타 선수의 실수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청계천이 범람하는 것처럼 보기 힘들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FC서울 관계자는 “대기실에서 실수 장면을 보며 선수들끼리 웃어 넘기지만 한편으론 마음 아파온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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