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유로 2004 조별 예선 잉글랜드와 터키의 경기. 잉글랜드는 0-0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다. 킥 전담은 ‘영국 축구의 상징’ 데이비드 베컴(32ㆍLA갤럭시).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베컴의 발걸음은 엉켰고 오른발에 맞은 공은 하늘 높이 솟았다. 이른바 ‘런던 대공황 슛’. 팬들은 1929년 뉴욕주식거래소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의 경기 침체와 맞먹는 충격을 받았는지 그런 이름을 붙였다.
런던 대공황 슛
신칸센 대 탈선 슛
슛 별명은 팬들로선 재밌기 그지없다. 하지만 선수 당사자는 어떤 기분일까. 성적이 좋을 때는 본인도 즐겁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컴퓨터를 켜는 것조차 두렵다고 한다. 지난해 수원삼성전에서 범한 슈팅 실수에 ‘청계천 물난리 슛’이라는 별명이 붙은 박주영(22ㆍFC서울) 선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서울 연고팀 스타 선수의 실수는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인 청계천이 범람하는 것처럼 보기 힘들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뒷얘기가 들린다. FC서울 관계자는 “대기실에서 실수 장면을 보며 선수들끼리 웃어 넘기지만 한편으론 마음 아파온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