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에 받힌 당산나무 주민-보험사 법정 다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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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트럭에 받힌 마을 당산나무를 살리기 위한 비용보상을 둘러싸고 마을주민들과 보험회사가 팽팽히 맞서 법정으로 비화되게 됐다. 문제의 나무는 전북완주군구이면두현리 원두현마을 앞에 있는 수령 6백년가량된 느티나무.
시비의 발단은 지난 9일 오전8시쯤 황토흙을 실어 나르던 대전중기소속지입차량 대전06-8519호 15t 덤프트럭(차주겸 운전사 양형근·40)이 적재함으로 이 느티나무를 늘이 받았기 때문이다.
높이 25m, 밑둥둘레 5.3m인 느티나무는 이 사고로 몸통 두군데가 길이 1.5m쯤 좌우 두갈래로 찢어져 수분을 빨아올리지 못해 고사위기에 놓였다.
트럭운전사 양씨는 주민들이 요구한 나무 치료비 5백만원과 조경 등 안전시설비 1백만원을 자신이 가입한 대한화재측에 처리토록 의뢰했으나 보험회사측은 『나무는 보상대상이 아닌데다 피해액을 정확히 산출할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23일 오후8시부터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열어 각계에 진정, 대한화재측에 보상을촉구하는 한편 가해자인 양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기로 결의했다.
이장 이용택씨(39)는 『가로수도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동네 수호신으로 떠받드는 당산나무를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은 보험회사의 횡포』라며 보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원두현마을은 고려조 공민왕때 판도판서(판도판서)를 지낸 충절공 김원등이 고려가 망하자 고향인 강원도 통천에서 이사와 정착한 마을로 현재 10개 성씨 80가구 4백여명이 살고 있다. 이 나무는 3백년전부터 음력 정월보름날과 추석·칠월철석에 주민들이 동제(동제)를 지내며 마을 액땜과 풍년을 비는 마을의 수호신이다.【전주=현석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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