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손진책씨 중국식 개량양복 「마오」 편해서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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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희끗해진 머리카락사이로 비치는 중년의 멋을 간직한 중견연출가 손진책씨(46). 그는 작업복으르 하례복으로. 또 평상복으로 맨더린칼러가 달린 중국식 개량양복을 즐겨입는 흔치않은 멋쟁이다. 마치 중국의 관리를 연상케하는 이 독특한 옷은 그의 고집스런 성격을 대변이나하듯. 벌써 5년넘게 즐거울 때나 힘들 때 늘 그와 함께해 온 생활의 동반자다. 깃을 바싹 추켜세운 스탠드칼러에 과거 남학생 교복처럼 단추가 많이 달린 이 「마오복」은 그의 훤칠한 키와 조화를 이뤄 나름의 멋을 풍긴다.
「특별히 멋을 부리자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옷을 갖춰입고 예를 차려야 하는 자리에 참석할 일이 많아지더군요. 그러나 워낙 넥타이 매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활동하기 편하고 정장 효과도 낼수 있는 옷이 필요했습니다.』
공연때마다 팸플릿·포스터등 인쇄물 디자인을 맡아주던 후배 전용성씨의 제안으로 「마오복」을 입게됐다고 말하는 그는 10여벌정도 가지고 있으나 즐겨입는 것은4벌정도라고 한다. 그 대부분은 검정·회색등 무채색계열. 원래 이것저것 갖춰입는 형식을 싫어하는데다 맘에드는 옷은 며칠이고 줄기차게 입고다니는 외곬에 가까운 성격탓인 듯 싶기도 하다.
1 m77cm의 키에 77kg, 결코 작지 않은 체구에 검정색 통바지, 검은 셔츠, 그리고 깃을 바짝 세운 회색「마오복」을 입은 그를 대하면 중국사람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여기다 모자까지 눌러 쓰면 영낙없는 중국사람이다. 그래서 외국 공항에 내리면 그는 중국말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곤 한단다.
『평소에는 한복도 즐겨입습니다. 전통한복뿐 아니라 한복을 현대감각에 맞게 고친 개량한복도 좋아하지요. 오래 입고 다녀서 그런지 불편을 느끼지 못합니다. 주위에서도 한복이 어울린다고 하고요.』
한복을 즐겨입는 그의 옷스타일은 한평생 연극에만 몰두해온, 다시 태어나도 연극을 택하겠다는 그의 연극에 대한 애정·연극관과 맥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30년 가까이 연극을 해오면서 그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은 「전통의 창조적 파괴와 현대화」. 마당놀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냈을 정도로 그의 전통에 대한 애착은 절대적이다. 그는 자신의 연출세계를 「마당」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그가 정의하는 마당은 오늘, 여기에서 벌어지는 우리 현실의 삶이다.
오는 6월18∼24일 국립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질 연극 『남사당의 하늘』연습에 한창인 그는 차향이 짙게 배있는 극단쪽방에서 오늘도 예의 그 옷을 입은채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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