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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건강 안 좋다" 육성에 더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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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배형규 목사가 살해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26일 오전 분당 샘물교회의 한 신도가 교회 본당 바닥에 앉아 기도하고 있다. [사진=박종근 기자]

26일 오전 9시,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 배형규(42) 목사의 사망을 공식 인정하는 정부 발표가 TV로 전해졌다. 다른 피랍자 가족들과 함께 이를 지켜보던 이창진(51)씨가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채 방을 나섰다. 그는 "대장이 죽었으니… 졸병은 어떻게 하라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13일 막내딸 영경(22)씨를 배웅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갔다가 배 목사를 만났다. 그곳에서 배 목사 손을 꼭 쥔 채 "봉사단의 막내니 (영경이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했었다. 피랍 8일째를 맞은 봉사단 가족들은 충격 속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 "탈레반도 가족이 있다면…"=피랍자 가족들에게 배 목사 살해 소식은 공포로 다가왔다. 설마 했던 살해 위협이 현실로 바뀐 것이다. 외신이 주장한 재협상 시한(오후 5시30분)이 다시 다가오면서 가족들은 기자들에게 '밝은 새 소식이 없느냐'고 자주 물었다. 한 50대 여성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오락가락하는 외신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문틈으론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 거냐"는 절규에 가까운 탄식이 새어 나왔다.

오후 4시, 가족 17명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납치된 제창희(38)씨의 누나 미숙(47)씨가 한국.아프간.미국 정부와 탈레반에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미숙씨의 호소문 낭독에 가족들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가족들은 이 글을 통해 "탈레반 여러분도 가족들이 있을 겁니다. 가족들의 마음은 국가.인종.종교를 초월하지 않습니까"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도 가족들 20여 명은 재단이 내준 약 8평의 회의실에 모여 외신에 귀를 기울였다. 대형 TV로 공중파 방송을, 프로젝터를 통해 인터넷 뉴스를 함께 시청했다. 숨이 막힐 듯 좁은 공간이지만 협상 타결 소식을 고대하는 가족들은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재단은 이날 오전 의사를 불러 가족들을 검진했다. 8일째 계속된 수면 부족과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이 많이 상했기 때문이다. 25일 밤에는 피살 소식에 가족 한 명이 실신하기도 했다.

◆ 인질 육성 공개에 걱정 더해=이날 밤 미국 CBS방송이 인질 중 한 여성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자 가족들은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통화 내용 중 '인질 건강이 좋지 않다'는 내용에 가족들은 애를 태웠다. "여성 두 명이 몹시 아프다"는 현지 소식통의 언급까지 더해지면서 걱정은 더욱 커졌다. 특히 평소 지병 등을 이유로 주기적인 치료나 약품을 복용해온 피랍자의 가족들은 안타까움에 발을 굴렀다. 재단 관계자는 "피살된 배 목사를 포함, 정기적인 약품 처방이 필요한 사람이 3~6명에 이른다"며 "감금 생활이 오래 계속돼 가져간 약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천인성.송지혜 기자, 유한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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