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시아 경협차관 중단 파장/기업들 재고쌓여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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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총 6천9백만불어치 발묶여/자금난 일부 중기는 도산까지
지난해 10월 대러시아 경제협력 차관의 집행이 중단되면서 종합상사와 경협상품을 생산한 중소기업들이 쌓여있는 재고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정부가 알루미늄괴로 경협차관에 대한 연체이자를 갚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다음달부터 일부 경협품목의 선적을 재개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집행이 될 것인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28일 상공자원부와 종합상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경협차관용 생산재고는 삼성물산이 1천9백만달러를 비롯해 럭키금성 상사 1천4백만달러,대우 1천4백만달러,현대종합상사 8백만달러,선경 4백만달러,쌍용 4백50만달러 등이며 중소업체들까지 포함하면 모두 6천9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러시아 1차 경협차관 8억달러 가운데 현재까지 집행된 것은 4억7천만달러이며 지난해 러시아가 경협차관 상환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신용장 개설과 선적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재고품의 상당부분을 이미 다른 지역으로 수출했으며,현재 재고로 남은 품목들은 러시아 특유의 주파수에 맞춘 전기모터나 러시아 언어로 인쇄된 제품등 러시아 이외의 지역으로는 전혀 수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재고품중에는 1년6개월 이상을 재고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어 이를 생산한 일부 중소기업들은 현금유통이 되지 않아 이미 도산하기도 했다.
삼성물산과 금성사도 91년말 컨테이너 60개분 1백80만달러어치를 부산항에 옮겨놓았으나 경협중단과 함께 부두에 그대로 발이 묶이는 등 그동안 들어간 금융비용만도 상당한 액수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노프 주한러시아 대사는 26일 김철수상공장관을 방문,우선 다음달부터 3천7백만달러의 연체이자 상환을 위해 러시아산 알루미늄괴를 선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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