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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느낌!] 아이들이 몸살났다 "나 좀 테러해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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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학원가의 유명한 ‘꽃미남’들이 연속해서 테러를 당한다. 밤길 의문의 상대가 배설물을 투척하는 것이다.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테러를 당했던 아이들은 스타가 된다. 연예기획사에 캐스팅되기도 한다. 늘파란고등학교의 우등생 기범(김기범)은 네 번째 테러 대상자가 자신의 학교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을 블로그에 올린다. 늘파란고 최고 꽃미남을 자처하는 3인방인 학생회장 시원(최시원), 댄스그룹 ‘울트라 주니어’의 리더 희철(김희철), 유도부 주장 강인(김영운)은 서로 자신이 대상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상외로 테러는 일어나지 않고 아이들은 3인방파로 나뉘어 테러를 기다리게 된다.

 만화적이고 과장된 소동극 안에 팬덤과 인터넷문화, 스타와 가십, 화장실 유머에 열광하는 10대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그렇다고 정색하며 무언가를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저 우리는 뭔가 열광할 게 필요했다” "우리는 그저 심심했을 뿐”이라고 툭 내던져진 내레이션이 주제를 슬쩍 건드리는 식이다.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등장하는 꽃미남 군단 등 영상의 만화적 재미도 심심치 않다.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시원, 자뻑왕자 희철, 단순무식 강인 등 슈주 멤버들이 기존 이미지를 묘하게 비틀며 스스로를 부정하는 듯한 설정도 흥미롭다. 강인과 희철은 자신들의 노래 ‘로쿠거’가 흘러나오자 "저것도 노래라고” 하며 냉소한다.

 총제작비는 8억원. SM 영화지만 애초부터 ‘슈주용 기획’은 아니었다. 슈주 캐스팅이 영화를 평가절하할 것이라며 반대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연애시대’‘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에서 재능을 보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이 큰 힘이 됐다. 일부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와 맥 풀리는 느슨한 결말은 부정할 수 없는 한계다. 2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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