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옐친측/“결과 관계없이 대결”/러시아 국민투표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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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초반지지율 높자 옐친측 “고무적”만족/고르비 “옐친은 파괴자”조기총선 주장
러시아 전역 9개 시간대에 따라 극동 캄차카지역에서부터 발트해 연안지역까지 순차적으로 시작된 25일 국민투표는 그동안의 치열한 캠페인과는 달리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치러졌다.
○옐친 농담하며 여유
○…옐친대통령은 25일 아침 부인 나이나여사와 함께 모스크바 시내에 마련된 제11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투표를 마치고 나와 나이나여사를 기다리던 그는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는 기자들에게 『왜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끄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반대표를 던지는 모양』이라고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과시.
기표소 안에서 이 농담을 들은 나이나여사는 『니에트(아니오)』를 연발하며 『당신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중』이라고 큰소리로 대답,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옐친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보수파로부터 끊임없는 사임압력에 시달려온 안드레이 코지레프외무장관은 비공식 초반집계 결과,옐친대통령이 높은 지지를 받고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 CBS­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초기단계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매우 고무적』이라고 만족감을 표시.
○“옐친 개헌권한 없다”
○…옐친대통령에 반기를 들어온 알렉산드르 루츠코이부통령은 이날 투표를 마친뒤 옐친 측근들의 부패를 또 다시 거론하며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을 28일 열리는 최고회의에서 공개하겠다고 공언.
반옐친 공세의 선봉장을 맡아온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최고회의 의장은 투표장에서 『러시아의 내일은 오늘과 같을 것』이라고 답변,이번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보혁대결은 종식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
그는 또 옐친대통령이 투표후 헌법을 개정하려는 계획과 관련,『하나의 모험이자 어린애들의 유치한 소꿉장난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그에 대한 지지율이 1백%가 되더라도 그에게는 헌법을 일방적으로 바꿀 권한이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일본을 방문중인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소련대통령은 이날 일본 신문들과의 회견에서 『국민투표에서 옐친대통령에 대한 신임여부가 어떻게 나오든 러시아의 대결양상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를 빨리 실시할수록 성과가 좋을 것』이라고 주장.
그는 또 『옐친대통령은 모든 경제조치들을 혼자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그는 건설자라기 보다는 파괴자』라고 혹평.
○러 언론 선거보도 안해
○…전날까지의 요란한 선거 찬반토론과 대담 등을 내보내던 러시아 언론은 25일과 26일엔 모든 신문이 평소처럼 정기휴간을 하고 텔리비전도 정기뉴스시간에 투표율 등을 간략히 전하는 외엔 25일엔 아예 선거에 관한 일체의 특별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아 중요한 뉴스가 있을때 딴전을 피우는 러시아 언론의 전통적인 모습을 다시 한번 과시.
○각국서 백여명 참관
○…이번 국민투표에는 국제인권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이탈리아 미국·독일·헝가리·루마니아 등지에서 모두 1백4명의 업저버들이 참관하는 등 관심을 표시.
그러나 중도파 및 보수파 러시아인들은 이러한 모습에 대해 『언제부터 외국인들이 우리 문제에 저렇게 설쳐댔느냐』며 별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기도.<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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