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군제 반대하자 강제전역”/정용후 전공군참모총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학성·이현우·김진재씨 등 인사청탁”/뇌물 받은적 없고 진급자들 돈 놓고가
『참모총장재직때인 89년 12월의 영관·장성진급인사에서 뇌물을 받은 적은 결코 없습니다.』
정용후 전공군참모총장(60·공사 6기)은 24일 서울 양재동 자택에서 기자와 만나 『총장재직시절 진급인사를 둘러싼 일부보도와 관련,검찰이 소환할 경우 언제든지 출두해 진상을 밝힐 용의가 있다』며 다소 흥분된 어조로 심경을 털어놓았다.
다음은 정 전총장과의 일문일답.
­정말 뇌물을 받지 않았나.
『89년 12월의 정기인사에서 준장·소장진급자는 8명·3명 등 모두 11명이었으나 이들로부터 청탁조로 돈을 받은적은 없다. 다만 이들이 진급한뒤 부인 몇명이 총장공관을 찾아와 처(60)에게 3백만∼1천만원을 건네준적이 있다.』
­당시 인사가 공정했다고 보나.
『당시 준장진급대상자 심사위원장은 곽영달 공사교장(당시 중장·공사7기)이 맡았으며,나는 곽 교장은 물론 6명의 심사위원에게 인사와 관련해 한마디 언질도 한적이 없다. 특히 당시 유학성국방위원장·이현우경호실장·김진재민자당총재비서실장·김종휘외교안보수석이 각각 인사청탁을 해왔으나 이들 청탁대상자들은 모두 진급에 실패했을 정도로 인사는 공정했다.』
­유 위원장 등이 청탁한 인물들은 누구인가.
『유 위원장은 「○○○소장 진급대상자를 꼭 진급시켜달라」고 했으나 결국 안되자 전화를 걸어 화를 버럭 내기도 했다. 또 이 실장과 김 총재비서실장은 준장진급대상자,김 안보수석은 대령진급자를 청탁했다.』
­임기를 9개월 앞둔 90년 9월 전격 경질된 배경은.
『당시 나는 세가지의 「대사」를 두고 청와대·육군과 맞섰다. 유 위원장·이 실장 등 당시 실력자들의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았고,다음 8·18군통합군제안과 관련,반대입장을 분명히 해 육군의 심기를 건드렸다. 마지막으로 차세대전투기사업(KFP)과 관련,청와대·육군에서 반대하는데도 F­16기종보다 성능이 뛰어난 F­18기를 고집,대통령의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F­18기는 후임 총장이 들어서면서 F­16으로 바뀌었다.』
­경질당시 말이 많았는데.
『경질 언질을 받은 것은 「8·18계획안」이 대통령 결재를 받은 90년 8월18일 다음날인 19일이었다. 이상훈 국방장관이 공관으로 불러 「당신은 인사와 관련,돈을 받았으니 무조건 물러나라」는 한마디였다. 이 장관은 이와 함께 「수도병원에 입원하라」는 지시도 내려 병원에서 전역식도 못한채 9월11일 경질됐다.』
­건강상태·일과는.
『당시에 생긴 화병으로 지금도 하루 3시간밖에 못자는 등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위암 초기진단도 받았으나 지금은 완치됐다. 특별히 하는 일없이 독서 등으로 소일하고 있다.』
서울 용산고를 나온 정 전총장은 58년 소위로 임관,15전투비행단장·인사참모부장·교육사령관·참모차장을 거쳐 89년 6월 참모총장에 임명됐으며 현재 서울 양재동 풍림빌라에서 부인 박순우씨(60),막내딸(27)과 함께 살고있다.<오영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