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시 41편 수록|청마 초고집 발견|이성일교수, 「현대문학」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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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청마 유치환의 초기시 41편이 새로 발견됐다. 청마의시를 영역, 출간한 바 있는 이계일씨(연세대 영문과교수)는 『초고집1』「청마시묘 이전」이란 겉장이 붙어있는 청마의 육필 시작노트를 찾아내 근간 『현대문학』5월호에 공개했다.
청마의 딸 유인전씨가 간직하고 있다 이씨에게 건네준 신국판 크기의 이 노트에는 총 28쪽에 걸쳐 이리저리 지우기도하고 고치기도한 시41편이 들어있다. 이 노트를 검토한 문학평론가 김윤직씨는 『초고집1』이 쓰여진 것은 1966년 전후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그 증거로 「감골에서 온 아이」라는 작품 옆에 <1966.10.29필>이란 표기가 적혀있음을 들었다.
1967년 교통사고로 타계한 청마가 죽기전 첫시집 『청마시묘』(1939)에서 빼버렸던 초기 습작시들에 대한 애착이 솟구쳐 재정리해놓은 것이 『초고집1』이라고 김씨는 지적했다.
1908년 경남충무에서 태어나 31년 『문예월간』에 시 「정적」을 발표하며 문단에나온 청마는 생전 『생명의서』『울릉도』『뜨거운 노래는 땅에 묻는다』『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등 모두 14권의 시집과 시선집을 펴냈으며 허무를 극복하는 우주적 의지의 시로 한국현대시사에 강인한 한 획을 그었다.
비록 처음엔 발표를 꺼렸으나 말년에 애착을 가졌던 이들 초기시 41편은 그러한 청마의 시세계 형성과정을 들여다볼수 있는 중요한 자료적 가치와 함께 작품으로서도 청마의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발굴자 이씨의 평이다.
『메에 올라 솔 아래 누우니/천공에 유현히 해조음의 거내함이 있도다//잠간 꿈꾸노니/허막한 저 시공의 변죽을//거리에 돌아오니/이미 천년의 우수에 있는것 모두 초연하도다』(「솔바람」전문)
이씨는 『시인 자신이 활자화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후세의 문학도가 임의로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시인에 대한 도리가 아니어서 4년간미뤄왔다』며 그러나 『청마의 문학적 성장과정을 엿볼수 있고, 더 나아가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공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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