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가슴 찡하게 만드는 사부곡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외모만큼 푸근한 유머감각을 갖춘 래퍼 데프콘(30·사진)이 3.5집 앨범 ‘미스터 뮤직’을 내놓았다. 타이틀곡 ‘러브 레이싱’보다 더 눈길이 가는 곡은 ‘아버지’다. 노래 서두에 나오는 것처럼 데프콘이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줄 아는 ‘불쌍한 우리 아버지’에 대한 노래다. 아버지의 헌신적 사랑을 서글프게 풀어낸 진솔한 랩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오늘은 또 어디에서/그 무거운 돌덩이를 지고 있습니까/계단을 한참 오르고 또 올라도 천원이야/무릎이 흔들거려 아파와도 천원이야/자식이 먹다 남은 것들로 밥을 싸고…”

 SG워너비의 4집 앨범에는 타이틀곡 ‘아리랑’에 가려진, 진주 같은 곡이 있다. ‘아버지 구두’다. SG워너비의 절절한 창법과 시적인 가사가 어울려 큰 감동을 자아낸다.

 “그렇게도 컸던 아버지의 구두가 내게 작아요/굽이 많이 닳아 있네요…사랑했어요/한번도 말하지 못했던 그 말…아주 가끔은 그리워요/크게만 보였던 당신이…”

 많이 닳아 있는 구두 굽은 ‘무거운 돌덩이를 지고 계셨던’ 아버지의 헌신을 대신 말해준다. 남성 2인조 자화상의 ‘아버지’에서는 아들이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께 용서를 구한다.

 “빛 바랜 사진 속에 웃던/당신의 모습이 문득 그리워지죠/아버지 날 용서해줘요/내 지친 삶 속에 난 너무나 약해졌죠/이제는 약속 드릴게요/나 이제 당신의 빛나는 열매 될게요…”

 아버지의 사랑을 소재로 한 노래는 거창한 타이틀 곡은 아니지만, 늘 우리 곁에 있어 왔다. 묵묵한 바위같이 뒤를 받쳐주는 아버지의 존재처럼. 부성애 영화나 드라마처럼 반짝 트렌드를 이룬 적도 없다. 그리고 ‘자장면이 싫다 하셨던’ 어머니를 그린 노래 ‘어머님께’(그룹 god)처럼 히트한 노래도 없다.

 하지만 아버지 노래는 소리 없이 이 땅의 수많은 ‘못난 아들’의 마음을 울려왔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노래가 남자 가수들의 전유물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인생에 브라보를 외치던 1960년대 노래 ‘아빠의 청춘’에 비해 요즘 아버지 노래들은 아버지의 헌신과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대 가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리라.

 데프콘의 ‘아버지’가 다시 한번 못난 아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아버지의 맘/그때는 미처 몰랐네…손에 잡혀지는 안타까운 주름 때문에…목이 메어 울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