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엔고」 신경전/일 외상 클린턴발언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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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 “환율변해도 적자 개선안돼”/미 “엔고억제 바람직 일서 왜곡”
【동경=연합】 미·일 양국은 최근의 엔고현상과 관련,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대립을 더욱 고조시키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상당한 마찰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무토 가분(무등가문) 일본 외상은 「엔고 용인 발언」을 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을 향해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가함으로써 앞으로 논란의 소지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토외상은 21일 일본 중의원 안보위원회에서 클린턴 미 대통령이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이 끝난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밝힌 「엔고용인 발언」에 대해 『일국의 최고 책임자가 환율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매우 이상하고도 이례적인 사태로 유감스럽기 한이 없다』고 비난했다.
무토외상은 이날 중의원 의원들이 추궁한 엔고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가운데 이같이 밝히고 『클린턴대통령은 환율조정으로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나 환율이 바뀐다고 미국의 무역수지가 개선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은 자신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야만 어느 정도 무역 개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고 『일본 정부는 서방선진7개국(G7)이 엔화안정을 위한 협조 개입에 응해 줄 것을 호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지난 14일 동경에서 열렸던 미일 재무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일본 대장성이 『미일 양국이 급속한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발표를 한 것과 관련,일본측에 사실과 다르다고 강력한 항의를 제기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부는 이 항의에서 로이드 벤슨 미 재무장관은 하야시 요시로(임의랑) 일본 대장상이 『엔화의 움직임이 너무 급격하므로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데 대해 미국의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일본 대장성은 이에 관한 정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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