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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000 등극이 괴로운 증권맨

중앙일보

입력

코스피지수가 또다시 2000을 넘어섰습니다. 지수가 치솟으면 증권사 직원들은 일하는데 흥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수 상승이 딱히 반갑지 않은 증권사 직원들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고객 콜센터 상담원들입니다.

최근 유례없는 증시 호황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콜센터 상담원들은 너무 바빠서 녹초가 될 지경이라고 합니다. 점심시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물론 그마저 도시락으로 떼우기 일수입니다. 매매 주문에서부터 HTS(홈트레이딩시스템) 이용 궁금증, 신규 주식계좌 개설 요령에 이르기까지 콜센터 상담원들은 밀려드는 문의에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우리투자증권 사례를 한번 볼까요. 7월들어 우리투자증권 콜센터에서 하루동안 처리하는 상담 전화건수는 2만건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24일 코스피지수가 처음 2000을 돌파했을 때는 올들어 가장 많은 2만3000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25일에도 코스피지수가 2010까지 치솟으며 폭포수처럼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강세장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3월 하루 평균 문의 건수가 9000건 정도였다고 하니 2배이상 문의가 늘어난 요즘은 전화통에 '불이 난' 셈입니다. 하루 평균 상담원 1명당 160여건의 문의전화를 소화하고 있다니까 3분 통화를 기준으로 해도 엄청난 노동 강도입니다.

특히 최근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하면서 증권사 콜센터는 이른바 '포기율'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포기율은 응답율의 반대 개념으로 문의 폭주로 고객들의 상담 대기시간이 길어지며 실제 상담을 받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이전까지 주요 증권사의 콜센터 포기율은 평균 5% 정도였지만 최근에는 포기율이 무려 20%를 웃돌고 있다는군요. 100건당 20건은 상담원 연결이 안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다보니 그만큼 문의 전화도 늘게되고 전 상담원을 풀가동해도 상담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상담대기가 길어지면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상담원을 늘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쉽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콜센터 상담원은 거래 주문 응대와 HTS 궁금증 답변 등을 위해 최소 3개월이상 교육을 받아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며 "아무도 이같은 강세장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담원을 미리미리 늘리지 못했고 콜센터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라고 했습니다.

증권사 콜센터에서 엿볼 수 있는 증시과열의 단면은 이뿐 만이 아닙니다. 요즘 증권사 콜센터에는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생 초보' 고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키움증권 고객만족센터 김희재 팀장은 "콜센터 상담내역을 분석해보면 주식투자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완전초보 고객들의 문의가 급증하는 것을 잘 알 수 있다"며 "특히 80년대생, 20대 초반 젊은층의 생애 최초 투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콜센터 담당자의 시각으로 본 현 증시는 과열일까요, 아닐까요? 의견은 분분합니다. 한 콜센터 직원은 현 증시를 솔직히 '투자과열'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엄청난 문의 폭주는 차치하고 신용거래 반대매매나 3일후 대금결제와 같은 기본 개념조차 모른채 너도나도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과열이라는 말을 요즘처럼 피부로 느낀 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아직까지 과열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다른 콜센터 직원은 "고객문의가 늘어난 것은 유동성이 그만큼 풍부해진 것으로 펀드 등 간접투자에 대한 문의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과열로만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많다"고 했습니다.

개인투자자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증권사 콜센터에 내일은 또 투자자들의 어떤 움직임이 투영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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