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영전 UR파고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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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기도용인군원삼면에 있는 농도원목장의 대표 황병익씨(37)는 새벽4시 젖소울음소리와 함께 깨어나 젖을 까내는 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축사에 있는 50여마리의 젖소들을 젖짜는 방으로 몰아넣고 젖을 짜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10분정도. 재래식으로라면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도 2∼3시간 걸리지만 6마리의 젖을 동시에 짤 수 있는 기계식 시설을 갖춘 뒤부터는 한사람이 해낼 수 있다.
젖소에서 짜낸 우유의 양은 방에 설치된 전자회로를 통해 자동으로 중앙컴퓨터에 입력된다. 젖소의 목에는 생년월일 순으로 개체별 IC(집접회로) 번호가 부착돼있는데 전자회로가 이를 인식, 기록을 입력시키는 것이다.

<사료공급도 자동>
젖소의 목에 걸린 IC번호는 먹이를 주는 사료공급기의 전자회로와도 연결돼있다. 중앙컴퓨터가 젖소 한 마리의 우유생산량과 체중, 건강상태 등을 자동으로 점검해 젖소에 필요한 먹이의 양을 계산해내고 하루 정해진 분량만 공급해주는 것이다.
사료공급기는 젖소가 먹을 시간이 돼야 사료를 떨어뜨려 주며 먹을 시간이 안되면 젖소가 다가가도 먹이를 주지 않는다.
중앙컴퓨터에는 이밖에도 어미소와 수소의 정액종류, 마지막 분만일, 우유의 성분내용 등 수십가지 기록이 있으며 프로그램에 따라 목장에 있는 모든 소의 기록을 뽑아내 비교 분석할 수 있다.
농도원목장에 있는 젖소 한마리의 연간 평균 생산량은 9천㎏. 국내 젖소의 평균 생산량이 5천5백㎏에 불과하고 낙농선진국인 미국과 일본도 7천5백㎏에 머물고 있는 것과 견주어보면 세계적인 수준이다.
황씨의 목장이 이처럼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첨단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그의 전문지식에 힘입은 것이다.
한양대전자공학과 출신인 황씨는 11년간 한국전력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지난91년 시설비만 3억여원을 투자, 목장을 설립했다. 부친 황원수씨 (80)가 일산에서 목장을 50여년간 경영해왔는데 신도시개발로 땅이 수용되자 4만5천평의 땅을 사 이곳에 옮겨왔고 장남인 황씨가 가업을 잇기 위해 축산에 뛰어들었다.
황씨는 현재 고용중인 목부 2명에게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택과 소형 승용차를 제공해주고 있다.
황씨는 『목부 한 명에 연간1천5백만원 가량의 인건비가 지출되지만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갈수록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일손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과학적인 축산을 하지 않으면 개방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개발 급선무>
경기도용인군내사면 한터팽이농원도 「하이테크농업」의 대표적 사례다.
팽이농원은 농장이라기보다 공장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곳 작목반장 송인호씨(40)등 농민 10명이 힘을 합쳐 만든 한터농원은 최근 일식집과 호텔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있는 팽이버섯을 첨단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천여평의 대지에 4개동 5백20평의「공장」을 갖췄으며 컴퓨터 등 기계설비만 3억여원을 투자했다. 총투자비는 14억여원으로 이중 7억원을 정부에서 보조받았다.
재배과정을 보면 우선 톱밥과 쌀겨를 섞어 팽이버섯이 번식할 수 있는 흙을 만든다. 이어 1천1백cc의 플래스틱병에 흙을 넣은 뒤 잡균을 죽이는 살균가마에 찐 다음 종균을 배양시킨다.
종균배양실은 잡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 반도체칩 공장과 마찬가지로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정해진 사람들만 소독한 뒤 들어간다. 한달가량 종균을 배양한뒤 온도와 습도를 자동조절하는 생육실로 옮긴다.
다 자란 팽이버섯은 1백g단위로 밀봉 포장돼 개당5백∼8백원에 출고하며 시장에서는 1천원이상에 팔리고 있다. 송씨는『지난해 매출액은 3억5천만원에 불과해 배당을 할 만큼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생산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올부터는 이익을 나눠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터농원과 같이 종균배양실을 갖춘 팽이버섯 공장은 전국에 10여개나 된다.
그러나 3억여원이 들어간 한터농원의 설비는 일본의 중소기업제품이며 종균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 등에 대비해 기술농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기술개발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첨단 기술농업도 「모래위의 집」에 불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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