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마크」면 기저귀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환경마크」가 붙은 천(면)기저귀가 곧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어서 펄프 원료인 열대우림의 보호와 쓰레기·산업폐수의 감량 등 환경보전에 대한 여러가지 측면에서 큰 관심을 끌고있다.
특히 22일「지구의 날」(23회)에 즈음하여 편리함을 앞세운 1회용 종이 기저귀보다는 아기들의 건강은 물론 자연보호·쓰레기줄이기 등의 측면에서도 옛 우리 조상들처럼 천 기저귀를 쓰는 복고풍 생활습관의 정착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한 아기가 성장할 때까지 종이기저귀를 계속 쓸 경우 약6천∼1만장이 들며, 이는 약 72그루의 나무를 베어야 충당할 수 있다.
이 같은 자연파괴를 감안해 ㈜베비라는 6개항의 환경마크기준에 맞춘 천 기저귀를 4월말 또는 5월초 10장 한 묶음당 1만6천∼1만8천원씩에 시판할 계획이다.
이 천 기저귀의 환경마크 기준은▲최소 50회 이상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형광증백제를 쓰지 않는다▲재질은 면이 1백%여야 한다▲사용 중 쉽게 재봉 솔기 등이 풀리지 않아야 한다 등.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훼손의 대표적 1회용품인 종이기저귀의 연간 시장규모는약2백억원이며 이에 따라 약1억8천만개의 종이기저귀가 쓰레기로 나오게 된다. 종이 기저귀의 심각성은 비단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운동연합의 최 열사무총장은『종이기저귀가 환경에 미치는악영향은원목수입→전기톱 절단→운반→펄프제조→기저귀용 종이제조→비닐 붙이는 작업→쓰레기매립 등 최소 일곱단계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무로 펄프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양의 화공약품과 물, 그리고 에너지를 사용하고 많은 악성폐수를 쏟아내며 제품 생산 후에는 잘 썩지 않는 비닐과 부피 큰 쓰레기를 토해낸다.
나무를 가루로 만들어 화공약품으로 처리하면 질 좋은 종이는 20%밖에 나오지 않으며 나머지 80%는 모두 찌꺼기일 정도. 때문에 펄프산업은 으뜸가는 공해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올해 초 발간된「92환경연감」에 따르면 페수배출시설을 갖춘 1만4천7백15개 업체중 종이업종(담배포함)은 2백7개 업체로 1.41%인데 비해 하루에 하천과 강에 쏟아내는 폐수량은 26만8백t으로 전체방류량의 무려 13.7%에 달한다.
그러나 소비자단체들도 YWCA가 90년말 서울 등 5개도시 소비자 4백59명을 대상으로 사용실태 등을 조사했을뿐 이렇다할 천 기저귀 애용 실천운동을 펴지 못하고 있다. YWCA 사회문제부 관계자는『당시 조사대상자의 2.5%만이 1회용 종이기저귀를 전혀 써 본적이 없다고 답변했고, 종이기저귀만 쓴다는 사람은 전체의 15.5%였으나 그 후 조사가 없어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2∼3년새 종이기저귀이용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열사무총장은『지난해 체결된 산림협약으로 열대우림의 나무를 베려면 어린나무를 상당량 심어주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원목값도 50∼1백% 오를 전망』이라며 『외화절약 차원에서도 외출이나 여행할 때 등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천 기저귀를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한다.
천 기저귀 생산업체는 베비라 외에 아가방·해피랜드 등 주력3개사를 비롯해 꽃가방·유베라·마모스·압소바등 약10개사며 해피랜드의 경우 지난해 83만여개(12억여원어치)를 팔았다. <김영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