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과학정보센터 추최 어린이 과학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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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셋, 둘, 하나, 발사!』
어린이들이 입을 모아 외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마자 로킷이 발사대를 박차고 하늘로 치솟았다. 창공에 흰 궤적을 그리며 7백여m나 올라간 로킷이 고개를 지상으로 떨구며 급강하하는 순간 낙하산이 펴지자 어린이들은 『야!』하고 일제히 탄성을 질렀다.
과학의 날(21일)에 즈음해 지난 17일 오후5시 경기도 파주군 용운국민학교 교정에서 초등과학정보센터(회장 박종규)주최로 열린「어린이 과학잔치」중 첫 순서로 마련된 모형로킷 발사시범은 몰려든 학생들을 흥미진진한 과학의 세계로 인도했다.
강당으로 이동한 학생들은 정보센터 선생님이 보여주는 신기한 실험들을 통해 과학하는 재미를 한껏 맛보았다. 진행자인 과학기술진흥재단 황인수과장은 휘거나 구부러지더라도 온도를 높여주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형상기억합금」을 소개한 뒤「거품공장」실험에 들어갔다. 이는 산소발생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교사들이 고안한 것. 플라스크에 과산화수소·물비누를 섞어 넣은 후 요드화 칼륨을 떨어뜨리자 흰 거품이 플라스크 위로 넘쳐흐르며 또아리를 만들어냈다. 여기에 성냥불을 갖다대자 불꽃이 솟구쳤다. 『플라스크 안에서 발생한 산소가 물비누를 밀어내며 올라오고 있는 것』이라는 황과장의 설명에 학생들은 산소의 존재를 눈으로 확인했다며 즐거워했다.
푸짐한 상품이 걸려 인기를 독차지한 과학퀴즈는 저마다 문제를 맞히려는 어린이들의 열기로 강당안이 뜨거워질 정도. 실험대 위에 달걀을 늘어놓은 신화국교 이해규교사가『어느 것이 삶은 달걀인지 구별해 보라』고 질문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리며 해답찾기에 몰두했다. 이교사가 『돌리다가 잡으면 곧 멈추는 것이 삶은 달걀』이라고 설명한 뒤 그 이유를 묻자 학생들은『노른자가 고정된 삶은 달걀은 돌리더라도 무게중심이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과학적으로 답변해 교사들을 기쁘게 했다.
과학영화『피그미족의 생활』과 별자리 관찰에 이어 교정에서 벌어진 캠프파이어로 흥겨움을 더한 이날 과학잔치는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밤9시까지 계속됐다. 정보센터 교사들이 선물로 마련한 모형비행기·자동차·부머랭을 받아들고 교문을 나서던 6학년 유대희군(12)은 『로킷쇼가 제일 재미있었다』며 『모형이 아닌 진짜 로킷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과학잔치가 열린 용운국교는 각학년이 1학급밖에 없는 전교생 99명의 작은 학교. 교사도 각 학년 담임 6명과 교장·교감등 8명뿐이다.
민통선내에 위치한 이 학교는 환등기등 과학교육에 필요불가결한 시청각교재 및 실험교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꼬마전구등 기초적인 실험도구 하나를 구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2㎞이상 떨어진 면 소재지까지 나가야 하는 실정이라 이 날의 과학잔치는 이들에겐 더없이 신나는 행사였다. 이 학교 심민택교장은『학급당 실험비가 한해에 2만2천원밖에 되지 않아 과학교육에 어려움이 많다. 오늘행사를 계기로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초등과학정보센터가 이 행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매년 과학의 날을 전후해 과학교육시설이 미흡한 민통선지역의 벽지학교를 방문, 어린이들에게 과학하는 마음도 심어주고 과학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취지다. <강찬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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