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빛 계획” 서울경전철/최형규사회2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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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시가 19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한 경전철 건설계획은 과연 실현 가능한 사업일까.
엄청난 빚더미속에서 허덕이는 서울시의 재정난을 감안할때 「뜬구름 잡는 식의 허황한 공약」은 아닐까 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시의 구상대로 총연장 1백㎞의 경전철을 모노레일로 건설할 경우 건설비용은 지하철건설비용의 3분의 1 수준인 1조5천억원이,터널공법을 이용해 지하철화할 경우 지하철건설비의 80% 수준인 3조8천억원이 각각 소요된다.
이는 92년 정부공사단가를 기준으로 한것이어서 95년 착공을 감안하면 공사비는 2조(모노레일)∼4조4천억원(터널공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엄청난 부채로 쪼들리는 서울시가 이같은 막대한 예산을 과연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해말 현재 서울시의 부채는 3조7백96억원(시민 1인당 30만8천원)으로 매월 지급하는 이자만 1백28억여원에 이른다. 올해말이면 시부채는 3조8천억원이 넘게 된다.
그뿐인가. 경전철이 완공되는 99년 이전완료를 목표로 시가 이미 추진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예산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지하도로 6개노선(6조원),13개 쓰레기소각장(1조7천억원),내·외부순환도로(1조8천억원),2·3기 지하철(6조7천억원),상하수도 정비사업(2조원) 등 91년 혹은 92년 불변가격으로 줄잡아 2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취득세와 등록세는 계속된 부동산경기침체로 지난해를 기점으로 오히려 줄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계획된 대형사업은 차치하고 3개 지하철 하나만도 예정대로 건설이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시점이다.
그러나 우명규서울시부시장은 대통령 보고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재원은 부채로 충당하고 상환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후세대에게도 부담시키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영삼대통령의 「고통분담」을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해 보자는 발상이다. 재정여건이야 어떻든 무조건 일을 벌이고 나서 그 고통은 후세에게까지 넘기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을 시민은 과연 수긍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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