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4 마구잡이 폐기 파문 '적에게 파느니 버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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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중앙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퍼붓고 있는 국방부가 잉여 또는 중고 군수품들을 마구잡이로 폐품처리,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 잉여군수품 공급자 로비단체인 ‘전투기및 통신기기 공급협회(NAACS)’는 국방부가 올 상반기에 항공기 부품과 각종 무기 및 통신기기시스템 부품 잉여분 및 중고품 뿐만아니라 전투화, 헬멧, 방탄복 상의 등을 무더기로 폐품처리했다면서 최초구매가격 기준으로 18억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F-14 ‘톰캣’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는 이란이 미국의 대 이란 금수조치 이후에도 잉여군수품 공급업자들을 통해 F-14 부품들을 비밀리에 불법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자 지난 1월 잉여분 발생시 공급업자들에게 되팔었던 지금까지의 관례를 바꿔 F-14 잉여부품을 전량 폐기키로 결정했다.

그러자 협회는 국방부가 민감한 F-14 부품 뿐만아니라 다른 잉여군수품까지도 마구잡이로 폐품처리하고 있다면서 의회에 대해 국방부가 아주 민감한 잉여군수품과 재활용이 가능한 군수품을 엄격히 구별해 처리토록 압력을 행사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공화당 존 샤덱 하원의원(애리조나)은 최근 국방부 산하 방위지원청(DLA) 청장인 로버트 데일 중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방부 ‘군수품 재활용 및 구매 담당소(DRMS)’의 지침으로 인해 침낭, 장갑, 자동차 머플러 등 활용이 가능한 부품들조차도 폐기처분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DRMS는 지난 2005년의 경우 잉여.중고 군수품을 공급업자들에게 되팔아 57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바 있다.

국방부측은 이에 대해 잉여군수품 폐기는 F-14 전투기 등 민감한 부품의 불법수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 군당국은 더이상 필요없는 잉여분만 폐기처분하고 있으며 잉여분 처리 규정을 재검토했으나 아직 규정을 바꿀 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협회측은 F-14 부품의 민감성을 감안해 F-14 부품을 폐기하지 말라고 더이상 요구하지는 않지만 일부 F-14 부품은 다른 군용기나 민간항공기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여전히 주장, 재활용을 허용토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지적했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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