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맞고 돌아오는 아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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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문〕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이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싫어하고 주로 집에서만 놉니다. 어쩌다 밖에 나가놀면 거의 언제나 친구들한테 매맞고는 울면서 돌아와 몹시 속상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좀 때려주라고 해봐도 때릴줄을 몰라 늘 맞기만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너무 화가 나서 아들을 밖에 내보내기가 싫을 지경입니다. <손명화· 서울 중계동>
〔답〕어린이들은 친구와 싸우면서도 인간관계의 기술을 배웁니다. 상대방의 기분 파악, 양보와 협조, 우정나누기, 웃어른에 대한 존경이나 아랫사람에 대한 관용, 공격과 방어의 기술, 고통참기 등은 모두 싸움의 긍정적 측면이지요. 친구와 싸워 본 경험없이 자라는 어린이는 험난한 앞날을 슬기롭게 넘기는 지혜를 익히기 어렵습니다.
친구와 싸운 어린이에게 그 결과에 대한 어른들의 판단을 주입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않습니다. 싸움에 졌다고 나무라거나 이겼다고 칭찬하는 일, 이기도록 공격성을 조장하는 일은 모두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보다는 싸운 이유나 그 방법·과정을 어린이 스스로 되새기면서 올바르게 판단하도록 대화를 유도하는 것이 어른의 할 일입니다. 또 이런 대화를 통해 싸움으로 언짢아진 어린이의 감정을 걸러내도록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도 필요하지요.친구를 때려주도록 가르침으로써 어린이를 혼란시키거나 싸움에 대한 대응능력을 약화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싸움끝에 엄마의 너그럽고 여유있는 격려를 경험하면서 어린이는 엄마에 대한 신뢰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에 대해 너그럽고 여유로운 자세를 배웁니다.
이런 싸움을 통해 어린이는 싸움을 슬기롭게 넘기는 방법, 공격적인 친구를 멀리하는 법, 상대방에 대한 실득력등도 익히는 것입니다. 지는것이 이긴다는 이치, 울지않는 것이 더 용감하고 현명하다는 것도 차츰 알게 되지요. 또 싸우지않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방법도 배울 것입니다.

<도움말=인간발달 복지연구소 김영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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