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사, 日리조트 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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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자본이 골프장.리조트타운 등 일본의 부동산을 헐값에 매입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1980년대 일본의 소니.미쓰비시 등 대기업들이 뉴욕 록펠러센터 등 미국 부동산 사냥에 나섰다가 버블 붕괴로 손해를 보고 팔아넘긴 것과는 정반대다.

미 투자회사 리플우드 홀딩스는 2001년 가을 건설비만 20억달러가 들어간 일본 최대 수상 리조트타운 '시가이아'를 10분의 1 가격인 1억2천5백만달러에 인수했다. 규슈(九州) 미야자키(宮崎)현 해안가 2백8만평에 자리잡은 시가이아는 99홀의 골프 코스와 총 객실수 7백53개의 호텔 4개, 세계 최대 실내 해상파크 오션돔 등을 보유한 복합리조트 타운이다.

일본 지자체와 민간 자본은 개발에 참여했다가 버블 붕괴 여파로 35억달러란 빚만 떠안은 채 이를 미국 자본에 넘겨야 했다. 하지만 리플우드는 최근 일본 경기 회복에 힘입어 골프장 요금을 인상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2년여 만에 시가이아를 흑자 리조트로 탈바꿈시켰다. 미 투자 자본이 눈독을 들인 또 다른 일본 부동산은 골프장. 일본 전체 골프장 2천4백71개 중 3분의 1은 80년대 후반 개발 붐 때 한꺼번에 생겼다. 결국 경쟁은 치열해지고 불황으로 손님은 줄어 2000년 이후 일본의 골프장 2백65개가 파산했고 미국 투자회사들이 이를 헐값에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먼삭스는 2001년부터 골프장 사냥에 나서 현재까지 79곳을 확보해 일본 최대 골프장 소유회사가 됐다.

또 다른 투자회사인 론스타도 지난해까지 39개의 골프장을 사들인데 이어 올해 추가로 골프장을 매입해 모두 1백개 이상의 골프장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동안 뜸했던 일본 골프 인구가 최근 경기 회복으로 다시 골프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하반기 일본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9천8백억엔 중 약 20%인 1천9백억엔이 미국 자본의 일본 부동산 투자"라며 "미국의 리조트 산업 진출은 5천억달러란 예금액을 지닌 60세 이상 일본 노령인구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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