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 포크가수 조동진 이달말 콘서트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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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엔 흔히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가수가 많지만 실제로 음악을 들어보면 이 타이틀에 걸맞은 이는 그리 흔치 않다. 하지만 조동진(57)은 누가 뭐래도 명실상부한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이라 할 만하다.

텅 빈 마음을 못 이겨 천천히 밤길을 걷는 누군가를 위해 그는 '마른 이마 위에 차가운 빗방울'같은 노래('겨울비')를 불러주었고,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 하는 이에게 '슬픔이 노래와 함께 조용히 지나가도록' 위로하는 잔잔한 목소리('슬픔이 너의 가슴에')가 돼주었다. '제비꽃' '작은배' '진눈깨비' 등의 노래와 함께 그는 우리에게 가까운듯 멀어진듯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시인(詩人)이었다.

대중음악평론가 신현준씨의 말을 빌리면 조씨는 "느린 속도로 흐르지만 도도한 강물" 같은 음악인이다.

그가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 2000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의 공연 이래 처음이다. 정확히 4년 만이다. 오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사흘간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 무대의 명칭은 '조동진 음악회'. 그의 노래만큼이나 간결한 공연 제목이 그가 어떤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음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입담이나 다양한 볼거리에 승부를 걸어온 다른 가수들의 콘서트와는 경쟁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읽힌다. 다섯 곡 정도의 특별한 곡에 시적인 영상을 흐르게하고 싶은 욕심이 있단다.

음악적인 완성도와 정교한 사운드를 가장 중시하는 조씨는 공연 전 항상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에 매달리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그의 공연에 참여하는 연주자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이번에는 가수 장필순을 비롯해 조동익(베이스).신석철(드럼).박용준(건반)등 쟁쟁한 후배들이 이 긴장감을 함께 즐기고 있다.

지난 4년간 장필순 6집 프로듀싱을 맡고 후배 뮤지션들과 '바다' '꿈' 등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음반을 만들었는가 하면, 오소영.이다오 등 후배 가수들과 함께 작업해 오느라 분주했다는 조씨. 그는 "2년 전부터 주변에서 공연하자는 제의를 받아왔지만 이제야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과거 노래라도 지금의 느낌을 반영한 새로운 편곡으로 팬들과 공감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연에서 내 음악을 들려주는 것 외에 뭐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담담하게 물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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