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이용하는 자동차 업계 "상상 그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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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자동차의 디자인과 개발,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사용되고 있다. 가상현실이란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현실과 똑같이 눈앞에 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기술이 크게 발달하면서 일반 디지털 사진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현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런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이제껏 3D 그래픽을 바탕으로 한 조종사의 시뮬레이션 등에만 사용돼 왔다. 최근 단순한 3D가 버추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면서 자동차 개발과 디자인, 마케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버추얼 리얼리티를 이용하면 아직 만들지 않은 차를 실제 모습과 똑같이 모니터나 스크린에 재현할 수 있다.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하다. 자동차의 타이어 사이즈를 실시간으로 키우고 줄일 수 있다. 차를 이리저리 돌려볼 수도 있다. 그 자리에서 디자인을 수정해가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기술교육에도 이용된다. 엔진 안에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피스톤과 밸브 움직임 등을 영상으로 표현할 수 없으나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간단하다. 오히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움직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가상현실 속으로 고객을 초대할 수도 있다. 고객은 원하는 차종에 다양한 색을 입혀볼 수 있고, 알루미늄 휠과 내장재 등을 고를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고른 차가 거리를 달리는 모습도 화면으로 미리 감상할 수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그려낼 수 있는 셈이다. BMW의 미니는 디자인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이 버추얼 리얼리티를 적용하기도 했다.

 5월 독일 베를린에서 가상현실 프로그램의 선두주자인 RTT(Realtime Technology) 그룹의 기술 세미나가 열렸다. 행사에는 폴크스바겐을 비롯해 아우디·BMW·도요타 등 전 세계 완성차 메이커의 디자이너가 참가해 버추얼 리얼리티의 이용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RTT의 한국 파트너인 실리콘스튜디오 코리아의 이규재 대표는 이 자리에서 “디자인과 마케팅,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버추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디자인에서는 새로운 재질과 색상을 품평할 때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마케팅에서는 광고사진, 엔지니어링에서는 설계 검증 등에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의 경우 완성차 메이커의 부품 또는 디자인 협력업체들이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 영상이나 사진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현실감이 두드러진 가상현실이 조만간 자동차 CF나 광고사진까지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월간 스트라다=김준형 기자 junior@istra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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