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화 깜짝 우승 HSBC 매치플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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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에서 미야자토 아이를 꺾고 우승한 '돌부처' 이선화가 우승컵을 들고 미소를 짓고 있다.[뉴러셸(뉴욕주) AP=연합뉴스기자]


박세리(CJ)가 우승하자마자 '리틀 박세리' 이선화(21.CJ)가 우승했다.

이선화는 2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러셸의 와이카길 골프장(파 71)에서 끝난 미국 LPGA 투어 HSBC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22번 시드를 받은 이선화는 결승에서 12번 시드 미야자토 아이(일본)를 2홀 차로 꺾었고, 준결승에선 10번 시드 김미현(KTF)을 역시 2홀 차로 꺾었다. 지난해 숍라이트 클래식 우승 이후 통산 2승째다.

▶한눈 팔지 않고 골프에만 전념하는 점 ▶최연소 우승, 최연소 프로 데뷔 등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낸 점 ▶스윙 머신 같은 안정된 샷 ▶외모가 닮았다고 해서 이선화는 작은 박세리로 불린다.

이선화의 또 하나 별명은 '돌부처'다. 박세리는 좋은 샷을 하면 환하게 웃지만 이선화는 보기를 하든 버디를 하든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먼 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해도 당연하다는 듯 손만 한번 들어주고 만다. 미국의 유명한 골프 칼럼니스트는 "옆에서 핵폭탄이 떨어져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경기에 몰두할 선수"라고 평했다.

그런 무표정은 여자 골프 인기 몰이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받지만 상대의 눈을 보고 경기하는 매치플레이에선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선화는 이번 대회 64강전을 제외한 5경기에서 2홀 내지 5홀의 큰 점수 차로 이겼다. 이선화는 LPGA 투어 톱 랭커이자 노련한 승부사 김미현과의 준결승 대결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초반 접전을 벌이다 김미현이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샷이 흔들린 틈을 이선화가 비집고 들어가 중반 승기를 잡았고 2홀 차로 승리했다.

결승에서는 1번 홀부터 버디를 잡아 기선을 잡았고, 2홀 차로 앞선 17번 홀에서 미야자토가 버디 찬스를 만들자 더 먼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홀인시켜 쐐기를 박았다. 이선화는 "미야자토는 지난해 신인왕 대결에서도 이긴 데다 초반부터 상대가 흔들려 결승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말한 뒤 "미야자토가 우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다"며 패자의 아픔을 보듬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선화는 LPGA 투어에서 둘째로 많은 우승 상금 50만 달러(약 4억6000만 원)를 받아 상금랭킹 25위에서 5위(81만499달러)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

김미현은 3~4위전에서 마리아 요르트(스웨덴)를 2홀 차로 눌러 웬만한 LPGA 대회의 우승 상금과 비슷한 20만 달러를 벌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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