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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수도권에 몰리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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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러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법률이론 및 실무 교육을 시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법률서비스를 폭넓게 제공하려는 취지에서 로스쿨제도 법률이 제정됐다. 그러나 선정 기준, 입학 정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 학생 선발 방법, 적성시험 범위 등 중요한 사항은 앞으로 정해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로스쿨 설치대학 숫자와 지역적 분포다. 지금까지 경제와 정치 권력의 수도권 집중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또다시 로스쿨의 수도권 집중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도권 대학이 사법고시 합격자의 90%를 배출하고 있는 기형적 상황에 있다.

 그런데 서울 소재 일부 대학이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로스쿨 입학 정원의 상한선인 150명을 일본처럼 300명으로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 정책을 정권의 브랜드로 삼아 과감히 시행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위해서는 경제력 분산도 중요하나, 지방에서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더 시급한 과제다. 인재 없는 지방에서는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 따라서 인재양성 기능의 지방 분산은 지방분권 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이런 의미에서 로스쿨의 지역 분산은 경제적 의미뿐만 아니라 정서적·심리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크다. 정치적으로는 권력의 지방분권이란 측면에서 강력한 상징성을 지닌다. 우리나라 250개 시·군·구 중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이른바 무변촌(無辯村)이 120곳이나 된다. 전국에 변호사를 골고루 두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자는 것도 로스쿨 도입 취지 중 하나다. 지방의 균형발전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로스쿨을 독점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법률 시장의 수도권 집중으로는 국가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 법률 시장이 전국적으로 균형 입지될 때 국민통합·국가통합이라는 명제를 달성할 수 있다. 따라서 로스쿨의 3분의 2 정도는 지방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경제시스템에 들어섰다. 따라서 법률 서비스 수요도 국내 시장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범지구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로스쿨 입학 정원은 최소한 3000명을 넘어야 한다는 주장이 사회적 합의를 얻고 있다. 이들 입학자 가운데 80% 정도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야 법률 서비스의 확대 공급과 법학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

 로스쿨 인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학교육위원회 구성뿐만 아니라 변호사 자격시험법 제정과 같은 중요한 절차에도 반드시 지역 인사가 다수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로스쿨의 지방 분산이 이루어질 때 참여정부는 사법개혁을 이룩한 정부, 지방분권을 이뤄낸 정부로 역사에 평가될 것이다.

우동기 영남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