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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미술 정수 ‘사경변상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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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대방광불화엄경’의 일부. 중국 원나라(1291) 에서 제작됐지만 화풍으로 보아 고려에서 건너간 스님의 솜씨로 추정된다.

불교 그림 중에 불상 뒤 벽에 붙이는 그림을 탱화, 불교 경전에 그려넣은 삽화를 사경변상도(寫經變相圖)라 부른다. 사경(寫經)은 경전을 베낀다는 뜻이고 변상(變相)은 진리의 내용(眞相)을(그림으로) 바꾸어 나타낸다는 말이다. 사경변상도란 불경의 내용이나 교의를 알기 쉽게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이란 뜻이 된다. 경전의 앞머리, 분량이 많으면 각 권으로 나뉜 권의 첫머리에 실리는 게 보통이다. 예술성과 정신성을 동시에 담은 사경변상도는 아시아 불교미술 가운데 섬세함과 화려함의 극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중·일 3국의 사경변상도 100 여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획전이 24일~9월 1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사경변상도의 세계, 부처 그리고 마음’전은 통일신라 이후 조선 초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사경변상도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특별전이기도 하다. 한 번쯤은 종합 정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엄두를 내기 힘들었던 전시가 마침내 성사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삼성미술관 리움을 포함한 사립미술관과 박물관, 그리고 개인이 소장한 작품을 망라했다. 국내에선 리움이 소장한 국보 196호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新羅白紙墨書大方廣佛華嚴經, 신라 경덕왕때 754-755년 경 제작)을 비롯해 국보 7점, 보물 17점이 포함됐다.

불법을 지키고 악귀를 몰아내는 신장(神將) 그림. 국보 210호 ‘불공견색신변진언경’의 일부다. 고려 때 제작 돼 일본에 유출된 것을 되찾아왔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다.

일본 국립박물관과 사찰이 소장한 42점도 들어온다. 이중 35점이 고려시대 것이며 14점은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교토국립박물관이 소장한 대보적경(大寶積經, 고려 1006년) 그림 등 일본의 ‘중요문화재’도 2점 포함됐다. 대보적경은 목종의 어머니인 천추태후가 외척 김치양(金致陽)과 함께 발원한 것으로 금가루로 그린 고려 변상도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는 일본 보적사의 묘법연화경 제1권(고려 1294년), 교토국립박물관의 대방광불화엄경 제71권(중국 원나라 1291년) 등이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제작한 변상도는 모두 10점 정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선 개성 남계원 석탑에서 나온 묘법법화경(妙法蓮華經) 한 질이 보존처리를 마치고 처음 공개된다. 고려 충렬왕 때 승지 벼슬이던 염승익이 발원해 제작한 것이다. 이밖에 사경에 나타난 탑과 향로 등 당시의 공예품과 사경을 싸고 넣어두었던 보자기와 함도 이번 전시에 함께 나온다. 02-2077-927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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