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자의원 “거리쇼” 마감/「천막당사」 철거한 국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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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대서 당사주겠지…” 은근한 기대 물거품
국민당은 9일 오전 방배동 「연락사무소」에서 천막당사 철거후 처음으로 최고위원·당직자 간담회를 갖고 당의 진로문제를 논의했다.
참석자라 해야 여느때처럼 김동길대표와 박영록·박철언최고위원,박구일사무총장 등에 불과했으나 재산공개에 따른 당차원의 조사방안 및 임시전당대회 소집문제 등이 거론됐다.
○…국민당으로서도 재산공개 후유증은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발등의 불」이 돼 버렸다. 김용환·김복동·유수호의원 등 소속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및 재산은닉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일 오전의 최고위원·당직자간담회에서는 조만간 당차원의 조사반을 구성키로 의견을 모았다.
조사결과 비위사실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 상응한 조치를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의원들 대부분이 당에서 손을 떼고 있는 상태여서 어느 정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민당의 갑작스런 천막당사 철거도 재산공개와 무관하지 않은 듯 하다.
김동길대표는 『정상적인 당무활동이 어려운데다 국가경제에도 지장을 주어서는 안되겠다는 뜻에서 천막을 철거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어느날 갑자기 절교를 선언해 버린 정주영 전대표가 밉고 야속하지만 현대의 기업활동을 더이상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헌법·정당법에 보장돼 있는 정당활동을 방해한 부분 등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이는 외형상의 명분에 불과하다. 천막생활을 하면서 정 전대표가 현대소유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오두막 당사라도 하나 마련해 주길 은근히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측의 반응은 냉담했다. 당초 제의했던 구서울고옆 현대소유 동일빌딩으로 갈테면 가고 그렇지 않으면 말라는 투였다.
더이상 기대할게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특히 소속의원들이 재산공개 여파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5일밤의 재산공개 결과 상당수가 알부자임이 드러났고,김용환·유수호·박구일의원 등은 부동산 투기의혹마저 받고 있다. 그럼에도 천막생활을 계속한다면 알부자들의 천막생활을 쇼라고 국민들이 보고 비아냥거릴게 틀림없다. 따라서 실리도 기대할 수 없는 판에 명분마저 잃게되자 스스로 보따리를 싼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당은 이에 앞서 지난 7일 오전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김동길 대표주재로 소속의원 및 지구당위원장 회의를 열고 천막당사 철거를 결의했다. 참석자는 김 대표외에 박철언·박구일·조일현의원과 원외지구당위원장 등 30여명. 이어 새출발을 다짐하는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뒤 오전 11시쯤 철거작업을 끝냈다. 지난달 16일 현대측의 당사 폐쇄로 길거리에 나앉은지 꼭 21일만에(천막설치는 3월17일) 천막당사를 청산한 것이다.
국민당이 새로 입주한 곳은 이수교부근 방배동가구점골목. 3층짜리 건물의 2층 전부를 세냈지만 실평수는 90여평에 불과하다. 보증금 9천9백60만원에 월세가 3백여만원이다. 거액인 보증금은 중앙선관위로부터 지급받은 1·4분기 국고보조금 5억원에서 충당했다. 그러나 건물주가 정당 당사로의 사용을 거부해 당간판대신 「국민경제정책연구소」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당사가 아니라 사무처·정책실 요원들이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연락사무소라는 의사표시인 셈이다. 따라서 당의 주요 회의 등은 김 대표의 대신동 자택이나 역삼동 개인사무실(태평양시대위원회)을 이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화문에서 철거한 천막을 김 대표 자택 마당에 설치해 원외지구당위원장 등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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