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후지쓰배 잇단 참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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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바둑계에서 중국세가 침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서히 난파의 조짐을 보이던 중국바둑은 올해 진노배SBS세계대회와 후지쓰배에서도 잇따라 참패를 거듭하며 무대전면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다.
특히 지난 3~5일 동경에서 열린 제6회 후지쓰배 세계선수권대회는 권토중래를 꿈꾸던 중국바둑에 회생불능의 타격을 가했다.5일의 16강전에서 ????평9단이 조치훈9단에게 완패했고 마효춘9단·유소광9단이 일본의아와지(담노수삼) 9단·가토(가등정부) 9단에게일방적으로 밀려 불계패했다. 1차전에서 일본의 다케미야 (무궁정수) 9단을잡아 기염을 토했던 여류양휘8단은 서훈현9단에게 15집반패했고 같은 중국계인 대만츨신의 왕립계9단마저 유창혁5단에게불계패했다. 중국의 주력은 일방적으로 무너졌다. 오직 한사람 소위강5단만이 양재호8단을 가까스로꺾고 8강에 진출했다. 7단이상을 전업기사(프로)로 치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아마추어 한사람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그래서 후지쓰배도 한국·일본의 독무대가 됐다. 세계 4대이벤트를 볼 때 국가대항전인 진노배에서한국과 일본이 결승을 벌여 한국우승. 이달말 열릴 동양증권배결승은 이창호-조치훈이 맞불고,응창기배는 역시 서봉수-오타케(대죽영웅)가 우승을 다투고있다.
중국바둑은 왜 갑자기기운을 잃었을까. 49년 공산정권수립후 중국은 당시 외상이던 진의가 바둑종주국으로의 복귀를 내세우며진조덕? 왕여남? 오송생등을 키워냈고 곧이어 호위평이 등장했다. 이때가 70년대. 일본의 후지사와(등택수행) 9단은『10년내에중국이 일본을 추월한다』고 장담했으며 아직 선바둑수준인 한국은 이때만해도 국제무대의 하수요 고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흑룡강성에서 노동하다가「철의 수문장」「전신」으로 불리며 국가에서기성칭호까지 받게된 운위평은 점차 오만해졌고 체육부산하 정부기관인 중국기원은 점차 관료주의와권력의 맛에 빠져 신인양성에 소홀해졌다. 기득권을 틀어쥔 소수에 의해 신인들 발탁의 길이 봉쇄되면서 마효춘? 유소광이후 뒤가 끊어져버린 것이다.
중국의 퇴조는 승승장구하는 한국바둑계와 극히 대조적이다. 7O년대의 미아였던 한국바둑은 올해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노리고 있고 왕성하던 중국바둑은 일개 아마추어에 의존하는 형세가 됐다.

<박치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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