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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 ⑫] 아타나시우스의 정경목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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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신약27서는 어떻게 생겨났나?

알렉산드리아 교회에서 AD 367년에 발표된 그 유명한 아타나시우스의 역사적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외경적(apocryphal)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책들을 가지고 근사하게 장난질을 쳐서 하나님의 영감을 받는 성서와 혼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의 것으로 간증되고 우리에게 전승되어 온 정경(the Canon) 속에 들어갈 수 있는 책들의 목록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알렉산드리아의 이 교회에서 아타나시우스 주교가 27서 정경목록을 선포하는 부활절 메시지를 낭독했다. 이곳에는 마가의 무덤을 비롯하여 55대까지의 콥틱교황들이 묻힌 무덤이 들어 있다. 아타나시우스는 20대 교황이다. 이들은 오히려 로마 가톨릭교회야말로 사도의 정통성에서 빗나간 방계라고 말한다. [임진권 기자]

그리고 그는 구약의 목록을 전부 제시한 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제 또다시 여러분에게 신약(the New Testament)의 책들을 열거하여 말하는 것이 결코 지루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선 4개의 복음서가 있는데, 그것은 마태·마가·누가·요한에 의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사도행전이 있고, 또 가톨릭(보편교회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7개의 서한이 있다. 그 7개는 야고보의 편지 하나, 베드로의 편지 둘, 요한의 편지 셋, 그리고 유다의 편지 하나이다. 이에 덧붙여 바울의 14서한이 있다. 그것은 다음의 순서대로 쓰여진 것이다. 제일 먼저가 로마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이다. 다음으로 고린도 사람들에게 보낸 두 편지가 있다. 이 두 편지 다음에 갈라디아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다음에 에베소 사람들에게, 다음에 빌립보 사람들에게, 그 다음에 골로새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이것들 다음에 데살로니카 사람들에게 보낸 두 개의 편지가 있고 히브리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그것들 다음에 디모데에게 보낸 두 개의 편지, 디도에게 보낸 하나의 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빌레몬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이외로 요한계시록이 있다.”

알렉산드리아에 프톨레미 왕조 시대 때부터 존재했던 야외극장 오데온.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말을 하면 신비롭게도 마이크 확성 효과가 난다. 그리고 연설자 스스로 자신의 말에 도취하게 되어 있다(위). 이 오데온 앞에 서 있는 초기교회 십자가 문양. 아타나시우스 시대에 이 오데온 극장은 노천예배당으로 사용되었다. 헬레니즘시대의 놀이장소가 4세기 로마시대에는 예배장소로 변모한 것이다(아래).

우리가 신약성서라고 알고 있는 27서 체제의 이토록 명료한 목록을 발견한다는 것은 매우 감동적이다. 27서라고 하지만 이것은 크게 보면 5가지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4복음서가 있다. 복음서는 기본적으로 예수라는 역사적 인간을 중심으로 한 4종류의 전기문학(biographic literature)이다. 그리고 하나는 초대교회의 성립사를 기술한 역사문학이다. 그리고 초대교회를 성립시키는 데 매우 혁혁한 공을 세운 바울의 14개 편지(Pauline letters), 그리고 교회와 관련된 사도들의 7개 편지, 그리고 계시록 하나이다.

그런데 이 문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수시대에 성립한 문헌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난다. 예수의 전기문학은 당연히 예수의 사후에 성립한 것이다. 그리고 사도행전이라는 역사문학은 당연히 예수의 사후로부터 시작된 사도들의 전도여행을 기술한 것이다. 바울의 편지와 사도들의 편지도 당연히 AD 50, 60년대 이후의 문헌들이다. 묵시문학인 요한계시록도 교부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보아 1세기 말부터 2세기 초에나 성립한 문헌이다.

그러니까 예수시대에 성립한 문헌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에 대한 모독적 발언이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의 원래적 성격을 잘 나타내주며, 그 실상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예수는 원래 지혜로운 사람이었지 지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민중도 원래 지적인 민중이 아니라 소외받고 버림받고 수세대상으로서 착취당하는 하층의 군중(오클로스)이었다. 그리고 예수를 가까이 따르던 제자들도 거개가 지식인이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들은 문맹자들이었다. 어부인 베드로가 문자를 알 리가 없다(행 4:13). 따라서 예수를 따라다니던 사람들은 예수의 말을 지적인 언어로 기록해두거나 문서화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들이 아니었다. 이뿐 아니라 예수도 그들에게 그런 지적 작업을 요구하지 않았다.

예수의 관심은 하나님 나라의 선포였고 당면한 인간의 구제상황이었다. 그는 제자들에게 그가 말한 것을 전하고 가르치고(마 28:20) 설파하라(막 3:14)고 명령했지, 그의 말씀을 써놓으라고 권고한 적이 없다. 한마디로 기독교는 행위의 종교며 구두(말씀)의 종교이다. 경전의 종교도 아니요, 문헌의 종교가 아닌 것이다. 더군다나 초대교회는 긴박한 예수의 재림에 관한 믿음을 중심으로 모여든 군중의 집단이다. 이들은 곧 예수가 재림하여 이 어두운 세상에 대한 심판을 끝내고 그들 신앙공동체의 사람들을 천국으로 휴거해 가리라고 믿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이 지상에서 무슨 경전을 만들어 두어야 할 하등의 필요성을 느꼈을 리 없다. 어차피 최후의 심판의 날이면 이 세상은 불바다가 되어버릴 판인데 파피루스 쪼가리가 큰 의미를 지닐 까닭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경전의 결집을 중심으로 전개된 초기불교의 역사와는 아주 대조를 이루는 역사적 상황이다.

따라서 아타나시우스가 27서 정경체제를 발표했다는 것은 초대교회의 긴박한 재림(파루시아)의 꿈이 깨져버리고 지상에서의 교회와 교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생겨났다는 새로운 역사적 상황을 반영한다. 더구나 콘스탄티누스의 기독교 공인으로 인하여 로마제국 내에서의 확고한 세속권력이 확립된 이후의 사건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태·마가·누가·요한이라는 4복음서는 이미 2세기 말에 타티안(Tatian, AD 160∼175 활동)이라는 사람에 의하여 디아테사론(Diatessaron)이라는 이름으로 결집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아타나시우스의 27서 목록은 그가 임의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기나긴 박해상황과 이단의 발호에 대한 디펜스로 성립한 호교론적 역사과정을 통하여 점진적으로 형성된 관념의 총체적 결집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27서 체제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사도 바울의 편지이다. 이것
도 사실 경전의 내용으로 볼 때는 매우 빈곤한 사태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서한에 지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도 바울의 편지는 이미 2세기 중반에 이단으로 몰린 마르시온(Marcion, ?∼160)의 아포스톨리콘(Apostolikon)에 의하여 그 권위가 확립되어 있었다. 마르시온은 바울의 편지 10개를 정경으로 존숭하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시온의 영지주의나 아리우스파의 관용적 태도를 철저히 배격했던 아타나시우스가 사도 바울의 편지를 14개나 정경으로 편입시켰다고 하는 것은 알렉산드리아 교회 전통이 사도 바울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추론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교회는 마가의 전도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들은 마가가 바울과 함께 전도여행을 하면서 동방교회들을 세웠다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 것은 정경과 외경의 구분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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