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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 17] 지구촌 구석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비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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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헬 폭포 앞에 서면 천상에서 긴 비단폭이 지상으로 펼쳐진 것 같다.

포브스코리아분초를 다투는 CEO가 잠시라도 여유를 갖긴 쉽지 않다. 호젓한 해외 여행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바쁠수록 돌아가라 했던가…. 세계는 넓고 할 일이 많지만, 보고 느낄 것도 많다. 세계 110여 개국을 둘러본 여행 작가 조주청 씨가 숨은 비경을 지닌 10곳을 소개한다.


베네수엘라 앙헬(Angel) 폭포

오리노코강의 발원지인 고원지대, 그랑사바나(Gran sabana)는 브라질 상단의 국경과 맞닿은 베네수엘라 서남쪽, 울울창창한 정글에 덮여 있다. 20세기 중반까지 이곳은 페몬 인디오만이 조상 대대로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살아갈 뿐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진 전인미답의 오지였다.

1937년 어느 날 바람 · 새 · 비 소리만 들리던 이 적막 강산에 멀리서 엔진의 파열음이 가느다랗게 들려온다. 적막을 깨며 4인승 프로펠러 경비행기 한 대가 나타나 그랑사바나 고원 위를 배회하더니 거대한 아우얀 테푸이의 테이블처럼 평평한 산 꼭대기에 착륙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네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린다.

▶ (좌) 페즈의 수많은 공방 중 한 곳에서는 무두질이 한창이다.
(우) 프로세시온이 지나가는 길바닥에는 컬러 톱밥으로 꽃길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인 지미 에인절(Jimmie Angel)과 그의 부인, 그리고 에인절의 친구 두 사람이다. 놀랍게도 그들은 엘도라도를 찾으러 온 것이다.

엘도라도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뜬 구름이란 것이라고 판명된 지 수세기가 흘렀건만 이 위대한(?) 몽상가들은 어딘가에 엘도라도가 있다고 철석같이 믿어왔다. 그들은 드넓은 아우얀 테푸이를 샅샅이 뒤져 봤지만 황금 부스러기 하나 찾지 못했다. 끝자락에서 망원경을 들고 사방 천지를 내려다 봐도 황금빛을 찾을 수가 없었다.

▶ 1 페트라 최고의 장밋빛 신전 알 카즈네 앞에 서면 숨이 막힌다.
2 히바의 미나렛은 뽀족한 탑에 불을 밝혀 사막의 등대가 된다.
3 도곤족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풍부한 미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설상가상 착륙할 때 망가진 비행기는 꼼짝도 하지 않고 아우얀 테푸이에서 내려가는 길도 없었다. 오랜 망설임 끝에 그들은 얼마 남지 않은 비상 식량을 챙기고, 밧줄로 네 사람의 허리를 묶고 함께 성호를 그었다. 그들은 절벽을 타고 내려오다가 얼어붙는다. 수직낙하 807m의 폭포! 나이애가라의 16배 높이 정도되는 폭포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그들은 바위에 매달린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들은 천신만고 11일 만에 아우얀 테푸이를 내려와 문명세계로 돌아온다. 인류 역사는 몽상가들이 만든다고 했던가. 에인절 일행은 엘도라도를 찾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고의 폭포를 발견하고 폭포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그는 에인절 폭포라 했지만 스페인어를 쓰는 이곳에서는 앙헬 폭포라 부른다.

항공 : 미국 · 캐나다 혹은 멕시코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카라카스(446만원 · 세금 제외)

과테말라 안티구아(Antigua)

과테말라는 적도 바로 위 열대지방에 자리 잡은 나라다. 그러나 이 나라 서북쪽은 해발 1,500m가 넘는 드넓은 고원지대로 사시사철 시원한 가을 날씨가 이어진다.

스페인은 중남미 신대륙을 식민지로 만들고 이곳에서 수도를 찾았다. 시우다드 비에하가 적지로 떠올랐다. 그로부터 14년 후인 1541년, 언제나 수도를 내려다보며 축복을 내려주던 볼칸아구아 산이 무섭게 으르렁거리며 울더니 마침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 휴화산은 분화구에 물을 가득 담고 있다가 화산이 터지며 물을 한꺼번에 쏟아내 바위와 진흙탕 물이 스페인 식민지 수도를 완전히 덮어 버렸다. 스페인 통치자들은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다가 2년 후 이곳에서 동북쪽으로 6.5km 떨어진 지점에 다시 수도를 세웠다.

스페인 왕의 명령으로 스페인의 일류 건축가들이 대서양을 건너 이곳으로 왔다. 화산이 폭발해도 진흙탕 홍수가 미치지 않을 곳에 터를 잡고 아무리 큰 지진에도 끄떡없는 석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대성당이 하늘로 치솟고 위압적인 총독부 건물, 아름다운 극장, 시장, 수도원, 광장, 대학, 성채…. 길바닥은 돌 벽돌로 수놓아졌다.

세상이 불바다가 돼도 끄떡없는 계획도시 안티구아는 이렇게 태어났다. 233년 동안 안티구아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번영을 누렸다. 그러나 1773년 7월 29일, 상상도 못할 대지진이 이 철옹성 도시를 뒤흔들었다. 수차례의 지진은 이 도시를 거의 파괴했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3년 후, 식민지 수도는 다시 과테말라 시티(현재 과테말라의 수도)로 옮겨졌다. 무너진 석조건물 틈으로 잡초가 돋고 황량한 바람만 부는 안티구아는 방치돼 버림받은 유령도시가 됐다.

언제부터인가 하나 둘 사람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파인 길을 다듬고 무너진 성당을 일으켜 세웠다. 현재 안티구아는 옛 상처를 씻고 3만 명이 살아가는 깨끗한 고도(古都)가 됐다.

3월 마지막 일요일은 세마나 산타(Semana Santa · 부활절을 기리는 성주간)가 시작되는 날이다.

“하느님, 이 도시를 보호해 주소서.”

세계 최대의 세마나 산타 행사가 과테말라 안티구아에서 화려하고도 장엄하게 막을 올린다. 16세기부터 이어져 온 이 행사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대장관이다.

항공 : 미국 · 캐나다 혹은 멕시코 경유
왕복 요금 : 인천~과테말라(529만원 · 세금 제외)

▶ (좌) 타나섬의 야켈 마을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다. 큰 반얀 트리 한 그루는 마을 회관이 된다.
(우) 문명의 원천이자 나일강의 원류인 빅토리아 호수는 내륙해다. 어부가 나일퍼치를 잡아 올렸다.

모로코 페즈(Fez)

타임머신을 타고 14세기 초엽의 중세로 돌아가 보자. 서북아프리카, 아틀라스 산맥이 그 우렁찬 용트림을 한숨 죽인 리스산 남쪽 기슭, 거친 들판에 한줄기 흙바람이 지나고 난 후 안개처럼 자욱했던 황사가 서서히 가라앉자 아침 안개에 쌓인 밀레의 그림처럼 희끄무레한 토성이 윤곽을 드러낸다.

페즈. 토성에 둘러싸인 이드리스 왕조의 수도인 이곳은 그 전성기의 꽃을 활짝 피웠다. 토성에 들어서면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갈기갈기 찢어지고, 갈라지고, 합쳐지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좁은 골목길은 멀리서 온 상인들로 북적거린다. 골목 양쪽으로 다닥다닥 붙은 공방(工房)들이 저마다 가득히 화려한 상품을 쌓아 놓고 상인들과 흥정을 벌인다.

벌집 같은 수많은 웅덩이 속에는 빨강, 파랑, 노랑, 자색 등의 물감이 담겨 있다. 이곳에서 양과 소 가죽을 염색하고, 아라비아 카펫이 철컥철컥 베틀 위에서 한 치 한 치 이어져 가고, 어린 소녀들이 비단 천에 정교한 자수를 놓는다. 일일이 망치를 두드려 음각하는 황동 접시의 문양은 눈이 부시다. 정교한 은 세공품이 손님들의 발목을 잡고 비단과 금 · 은 실로 짠 보석 같은 구두는 술탄의 애첩을 위해 만든 것일까?

700여 년이 흐른 지금, 페즈는 어떻게 변했을까. 7세기 동안 이곳은 변함이 없다. 중세의 그 모습 그대로 페즈는 살아서 맥박이 뛰고 있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정교한 자동 기계로 대량 생산되는 요즘 세상에서 페즈의 수많은 공방들은 어떻게 아직도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까. 이 대답도 간단하다. 페즈의 수공예품은 아직도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 유럽 대도시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라바트(318만원 · 세금 제외)

요르단 페트라(Petra)

“사우디 모래 속의 검은 황금을 다 준다 해도 페트라와 바꿀 수는 없다.”

요르단이 자랑하는 페트라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로 서방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페트라에 첫발을 디디면 엄청난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에 얼어붙는다. 불과 4~5m밖에 안 되는 틈새를 두고 100여m나 되는 암벽이 마주보고 섰다. 꼬불꼬불 이어진 협곡은 2km나 이어졌다.

대자연이 만든 이 경이로운 협곡에 인간이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기원전 나바틴 왕국은 이 협곡을 수도로 정하고 맞은편 절벽에 사원 · 보물창고 · 왕릉 · 목욕탕 등 온갖 건물들을 지었다. 일반적으로 건물은 나무를 자르고, 돌을 다듬어서, 벽돌을 구워 쌓아올려 짓는다. 하지만 이곳 페트라의 그 웅장한, 아름다운, 섬세한, 수많은 건축물들은 놀랍게도 모두 거대한 통바위를 깎아(carving) 만들었다는 것이다.

로마의 공격을 받기 전까지 이곳은 실크로드의 요충지로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이 이곳을 거쳐가지 않을 수 없어 나바틴 왕국은 통행세를 받고 중계무역을 하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 협곡에 햇살이 들어오면 바위는 붉은 장밋빛으로 변해 페트라는 장미의 도시로 불린다. 대상들의 길목으로 번창하던 페트라는 로마의 끝없는 공격에 손을 들고 이번엔 정복자 로마의 명을 받아 나바틴 사람들은 원형극장을 만든다. 이 역시 거대한 돌판을 깎아 만들었다는 사실에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몇 세기가 흐른 후 비잔틴 제국이 이곳을 지배하며 이번엔 비잔틴 건축을 꽃 피웠다.

항공 : 유럽 대도시 혹은 이집트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암만(350만원 · 세금 제외)

우즈베키스탄 히바(Khiva)

실크로드의 중심, 유라시아 대륙의 배꼽은 바로 우즈베키스탄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온 나라가 사막이지만 톈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흘러내려 기름진 평야와 쾌적한 오아시스들을 만들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가장 오래된 오아시스는 이 나라 서쪽 변경에 자리 잡은 히바다. 티무르제국이 시들고 코레즘 왕국이 16세기 말 이곳을 수도로 정하자 히바는 카스피해와 러시아로 가는 실크로드의 길목으로 크게 번창한다.

사막의 외딴 왕국 수도 히바는 무시무시한 공포의 오아시스로도 악명을 떨쳤다. 노예사냥꾼들이 대상을 습격하고 물건을 뺏고 상인들을 히바의 노예시장에 팔았다. 19세기가 거의 저물어 갈 때도 500여 명의 러시아인 노예들이 히바성 안에 갇혀 있다가 1만3,000명의 러시아 군대가 침입함으로써 베일에 쌓였던 공포의 오아시스는 그 실체를 드러냈다.

기나긴 세월이 지나간 지금 잔인한 군주와 노예시장은 사라졌지만, 히바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우리 앞에 나타난다. 히바의 밤은 원한에 사무친 귀신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고들 말한다.

히바의 밤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귀신은 울어도 미나렛(이슬람 사원의 첨탑)은 높이 솟아올랐다. 사막을 오가는 대상들은 없지만 오늘도 불을 밝혔다.

히바성은 크지 않다. 성벽을 따라 걸어도 한바퀴 도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성벽 속엔 10세기에서 14세기까지 번성했던 코레즘 왕국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왕궁 · 모스크 · 미나렛 · 메드레사 · 아크…. 성안의 민가들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다.

항공 : 러시아나 중국 경유
왕복 요금 : 인천~타슈켄트(206만원 · 세금 제외)

▶ 1‘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타클라마칸 사막.
2 허텐의 비단 공장(?)은 1,600년 전 모습 그대로다.
3 바타드 이푸가오족들의 고상 가옥이 불을 밝혔다.

말리 젠네(Djenne) 모스크와 도곤(Dogon) 컨트리

사하라 사막 아래쪽, 준사막을 사헬(Sahel)이라 부른다. 인간이 살아가기엔 가혹한 건조하고 척박한 이곳에서 코란의 독경 소리는 삶의 고통을 덜어준다.

이곳의 모든 집들이 흙집이듯 모스크도 흙으로 지어졌다. 모스크는 아랍 건축 양식의 꽃이다. 띄엄띄엄 흩어진 마을마다 한복판엔 흙 모스크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우뚝 솟아올랐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니제르강의 지류인 반니강의 섬 젠네에 있는 모스크다.

14세기부터 사하라를 종단한 대상들과 서부 아프리카 상인들의 교역 장소였던 젠네는 돈이 들끓어 웅장한 모스크를 지었다. 지구상에서 흙으로 지은 최대 건축물 중 젠네 모스크가 세계 건축계에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그 규모에 아름다움이 가미됐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은 젠네의 장날이다. 사하라 사막 언저리 사헬에서는 가장 큰 장으로 바로 이 젠네 모스크 앞마당이 장터가 된다. 기온이 섭씨 50도로 치솟아 대지는 펄펄 끓는데 붉은 모스크는 병풍처럼 왁자지껄하며 난장을 벌이는 인간을 감싼다.

젠네에서 차로 두 시간쯤 동북쪽으로 가다보면 사하라 사막 언저리, 그 옛날 지각 변동으로 150km나 뻗은 거대한 단층이 형성된 곳인 도곤 컨트리가 나온다. 절벽 아래위에 옹기종기 흙집을 짓고 모여 사는 수많은 도곤족들의 마을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다. 바오밥 나무와 흙집, 끝이 뾰족한 반추형 초가 곡식 창고, 조각 작품 같은 마을의 모스크…. 영화 <스타워즈>나 <반지의 제왕>에서나 나옴직한 동화 같은 마을들이다. 도곤족들이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을 보면 외경스러움마저 느껴진다.

항공 : 유럽 대도시와 세네갈 다카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다카(520만원 · 세금 제외). 다카~말리(요금 미정).

남태평양 바누아투 타나(Tanna) 섬

남태평양의 뉴헤브리디즈 군도가 1980년에 바누아투란 이름으로 독립했다. 80여 개의 올망졸망한 섬들로 이뤄진 이 나라의 인구는 불과 15만 명. 이 나라 수도가 있는 에타페섬이 가운데에 있고 그 아래쪽에 타나섬이 있다.

타나섬은 울울창창한 정글로 뒤덮인 화산섬이다. 인구라야 2만5,000명밖에 안 되지만 30여 개 부족이 30여 개의 각각 다른 말을 사용하며 100여 개의 마을이 이 구석 저 구석에 박혀 있다. 그 중 야켈 마을은 첩첩산중 정글 속에 숨어 있다. 이 마을의 추장 존슨 고야는 절대 권력자다. 그는 서구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생활방식을 고수한다. 남자들이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페니스 케이스뿐이요, 여자들은 나무 속껍질로 만든 치마가 전부다.

그들의 삶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배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사랑을 하고 싶으면 남녀가 손을 잡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비만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움막집에 살림살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에겐 소유란 개념 자체가 없다(부인만 빼고). 비료나 농약 한번 뿌리지 않아도 집 뒤뜰에서 자라는 얌?타로겙慈만?밭도 옆집과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젊은이들은 타나 섬을 벗어나 아스팔트 위로 차가 다니고 디스코 바에서는 쿵작쿵작 록 음악이 귀를 찢는 포트빌라로 나간다. 그러나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다시 야켈 마을로 돌아와 페니스 케이스를 찬다며 동네 어른들은 껄껄 웃는다.

항공 : 호주나 뉴질랜드 경유
왕복 항공요금 : 인천~빌라(354만원 · 세금 제외)

우간다 빅토리아 호수(Lake Victoria)

서구 문명의 원류 이집트, 이집트의 근원 나일강. 나일강의 원천은 어디일까. 나일의 원천을 찾으려는 서구인의 열망 속엔 문명의 뿌리와 함께 그들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수수께끼도 숨어 있다. 나일은 그들 종교의 창시자 모세가 바구니에 담겨 떠내려 온 강이 아닌가.

그러나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나일강의 수원에 대한 끊임없는 탁상공론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실증이 절실히 요구됐지만 어느 누구도 이집트 남부 아스완 상류에 있는 여섯 개의 폭포를 지나 늪지로 들어가는 강줄기를 따라올라 갈 수 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희생 끝에 영국 왕립 지리학회가 파견한 스펙이 1858년 8월 3일 마침내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내륙해(內陸海)의 장관에 감격했다. 현지인이 냔자호라고 부르던 우리 남한보다 조금 작은 아프리카 최대의 호수를, 스펙은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 빅토리아호라고 불렀다. 스펙은 직감으로 나일강의 원류가 빅토리아호임을 알아차렸다. 영국으로 돌아온 스펙은 왕립지리학회에 이 사실을 보고해 대단한 환영을 받았다.

동료에서 철천지 원수가 된 버턴이 빅토리아호는 나일강의 수원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쟁은 치열해진다. 리빙스턴은 버턴의 편을 드는 오류를 범했다. 화가 치민 스펙은 빅토리아호로 되돌아가 1862년 7월 28일 마침내 빅토리아 북단, 지금의 우간다 호반에서 호숫물이 북쪽으로 흘러나가는 나일의 접점을 찾아낸다.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항공 : 이집트나 케냐에서 캄팔라
왕복 요금 : 인천~나이로비~캄팔라(594만원 · 세금 제외)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 허텐(和田)

투르크어로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이란 뜻의 타원형으로 길게 누워 있는 거대한 사막 타클라마칸은 북쪽으로는 톈산(天山) 산맥, 남쪽으로는 쿤륜(崑崙) 산맥에 둘러싸여 있다. 톈산산맥 언저리에 있는 오아시스를 따라 이어진 길이 서역 북도, 쿤륜산맥 언저리를 따라가는 길은 서역 남도가 된다.

서역 남도 최대의 오아시스는 허텐이다. 기원전부터 중국의 서역 경영은 창과 칼이 맡았다. 그러나 수많은 오아시스 소왕국을 다스리는 데 무력은 한계를 드러냈다. 중국의 왕들은 후궁들로부터 얻은 공주들을 오아시스 왕국의 왕에게 시집보내 혈연을 맺는 유화책을 병행했다.

5세기, 중국의 공주는 두 번 다시 못 볼 왕과 가족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머나먼 허텐 왕국으로 떠났다. 한 달 후 간쑤(甘肅)성 변방의 둔황(敦煌)에 도착해 며칠 동안 여독을 풀고 낙타 가마에 갈아타고 사신들과 함께 쿤륜산맥을 따라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이어진 서역 남도를 따라가며 공주는 펑펑 눈물을 뿌렸다.

둔황을 떠난 지 한 달 만에 중국에서는 우전국(優塡國)이라 불리는 허텐에 닿았다. 공주는 허텐 왕이 호화롭게 마련해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문을 잠그고 눈물 자국이 마르기도 전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높이 말아 올린 머리를 풀었다. 머릿속에서 뽕나무 씨와 누에고치가 나왔던 것이다.

그 당시 대상들의 낙타 등에 실려 실크로드를 따라 로마로 가던 실크는 중국의 전유물이었다. 중국 뽕나무와 누에, 그리고 비단의 제조 비법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철저히 막았다. 공주의 말아 올린 머리에서 중국의 비단 독점 생산이 무너졌던 것이다.

허텐의 비단을 만드는 곳은 시간이 멈췄다. 가마솥에 고치를 삶아내 1,500년 전 중국의 공주가 설계했음직한 물레로 실을 뽑고 실을 나무 베틀에 걸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북이 오간다. 나무 물레는 손때가 묻어 까맣게 반들거리고 베틀은 삭아서 삐거덕거리고 천년을 두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방법대로 비단을 짠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비단은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기계 비단 천 필이 쏟아져 나올 동안 허텐의 비단은 채 한 필도 마감하지 못하지만 노인네들의 주름진 얼굴엔 실망의 빛이 없다.

항공 : 중국 대도시 경유
왕복 요금 : 인천~우루무치(128만원 · 세금 제외)

필리핀 바타드(Batad)

2,000여 년 전 말레이시아계인 이푸가오족들이 바다를 떠돌다 필리핀 루손섬에 상륙했다. 그들은 다른 부족에게 쫓겨 다니며 산 속으로 숨어들었다.

창과 칼을 든 인간의 텃세에서는 벗어났지만 목숨을 이어가기에 매우 혹독한 자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아는 것이라곤 벼농사뿐이었다. 코가 바로 닿을 듯 깎아지른 산비탈에 계단식 논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평의 논을 만들기 위해 세 평의 돌 축대를 쌓아 올렸다. 가파른 산비탈에서 오로지 사람의 손으로 쌓고 또 쌓았다.

마닐라가 있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루손섬. 이 섬의 척추, 코르디렐라산맥은 남북으로 길게 누웠다. 이 산맥 북쪽 깊숙이 해발 1,500m 첩첩산중에 300여 호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바타드 마을이 있다. 병풍을 두른 듯 깎아지른 산이 바타드 마을을 감싼다. 구름이 산허리를 두른 가파른 산들은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온통 논으로 차곡차곡 쌓였다.

바타드의 집은 아직도 대부분이 전통적인 이푸가오식 고상(高床) 가옥이다. 네 기둥 위에 우리 한옥의 대청마루보다 정교하게 마루를 깔고 높은 초가 지붕과 천장 사이의 넓은 다락은 나락단 창고가 된다. 나락단을 꺼내 손으로 훑어 절구에 찧고 키질을 해 쌀을 얻어 가느다란 호롱불 아래서 식구들이 저녁밥을 먹는다.

이푸가오 초가집에 깜박거리는 호롱불이 켜지면 빼꼼히 뚫어진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또 다른 별들이 동네 지붕 위로 이푸가오 계단식 논 위를 날아다닌다. 바로 반딧불이인 것이다. 숲은 수많은 반딧불이로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반짝 반짝거린다. 논에 오글거리는 다슬기는 바로 반딧불이의 중간 숙주다.

항공 : 마닐라 경유
왕복 요금 : 인천~마닐라(102만원선)
※ 왕복 항공요금은 성수기 기준임.

<포브스 코리아 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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