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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2000 시대, 실패 줄이는 투자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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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모든 자산을 고루 품는 자에게 결코 소외란 없다’.
100m 달리기를 할까, 마라톤을 할까.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다. 단숨에 스퍼트를 낸 주가지수가 석 달만에 1500선에서 2000 고지 앞까지 줄달음치자 조바심과 두려움이 시장을 배회하고 있다.

이런 집단심리는 어찌 보면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벌레의 눈(worm’s eye)으로 투자 세계를 보다가 생기는 강박증이다. 새의 눈(bird’s eye)으로 넓게 멀리 보면 ‘성공투자’라는 결승선이 한 발짝 가까워지는데도 말이다. 안목을 넓히면서 조바심을 줄일 무기는 바로 ‘글로벌 자산배분’이다. 국내는 물론 지구촌 곳곳에 돈을 고루 묻어둬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국내 증시는 올 들어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세계 정상급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기 질주의 피로감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 곧 올지도 모른다. 그러는 사이에 후발 개도국 증시들의 추격전이 만만치 않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각국 증시에 고르게 투자해 두면 이런 상황이 와도 별로 두려울 게 없다.

요즘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는 “펀드에 투자하려는데 국내 주가가 너무 오른 것 아니냐. 자산을 어떻게, 어떤 상품에 나눠야 하느냐”는 물음이 빗발친다고 한다. 자산배분이란 기초공사를 중시하는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소리다.

그러나 정작 상반기를 돌이켜보면 이른바 ‘인기 펀드’로의 쏠림이 심했던 게 사실이다. 삼성증권이 조사했더니 매달 일본·중국·유럽 등 지역별로 돈이 많이 몰린 상위 2개 지역에 전체 수탁액의 50%가 집중됐다. 예컨대 지난 2월 중국 시장이 조정을 받은 뒤 일본 펀드를 대안으로 삼은 투자자가 많았지만 보잘것없는 수익률 때문에 멍만 커졌다. 고수익 전망에 앞다퉈 가입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펀드도 세계적인 금리상승이란 복병을 만나 수익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의 이재호 자산운용컨설팅본부장은 “지난해 수익이 부진해 심리적으로 급해진 투자자들이 특정 지역이나 종목 등에 돈을 집중적으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그는 연초부터 자산배분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펀드 투자의 황금비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그래픽 참조> 중앙SUNDAY가 알아본 결과 지금 시점에선 국내 주식형 펀드에 30∼40% 안팎의 돈을 넣고, 나머지는 해외펀드에 고루 투자하라는 쪽으로 전문가들의 견해가 묘하게 일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만 해도 투자비율을 ‘국내:해외=6:4’로 맞췄다. 구체적으론 한국(60%)·중국(16%)·아시아태평양(16%, 일본 제외)·인도(8%)로 돈을 분산토록 했다. 그런데 올 7월엔 한국(40%)·아시아태평양(22%)·중국(17%)·인도(11%)·중남미(6%)·동유럽(4%) 등으로 투자 대상을 더욱 조밀하게 나눴다. 채권형 펀드나 일본펀드·리츠 등은 아예 뺐다. 이재호 본부장은 “최근 한국 시장이 너무 뜨겁게 달아올라 비중을 줄인 대신 지난해 없던 해외 신흥시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이 최근 투자자 개성에 맞춰 제시한 ‘삼색(三色) 포트폴리오’도 눈여겨볼 만하다. 먼저 30대 후반∼40대 초반의 중산층에 어울리는 ‘표준투자형’ 모델이 있다. 국내 주식형에 35%를 넣고, 해외펀드와 대안투자를 15% 안팎씩으로 섞는 조합이다.

다음으로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30대 초·중반과 거액 자산가에 어울리는 ‘수익추구형’ 투자법이 있다. 연 수익을 13% 이상으로 잡는 이 모델은 국내 주식형 펀드에 절반가량을 투입하고, 해외의 선진·신흥 시장과 실물펀드 같은 대안투자에 각각 15∼20% 정도를 넣으라고 조언한다. 모험을 걸기 어려운 40대 중반 이후라면 ‘안전투자형’을 이용해봄 직하다. 국내 펀드엔 25%만 넣고, 국내 채권형에 40%가량을 투자해 위험을 피하는 투자법이다. 지금처럼 불꽃 튀는 장세에선 남들의 고수익에 배 아플지 몰라도, 시장이 흔들릴 때는 빛을 발할 모델이다.

삼성증권 신상근 자산배분전략파트장은 “전통적인 투자의 잣대로만은 지금 증시를 평가하기 어렵다. 자산배분의 변화가 증시를 견인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투자 관점이라면 주식의 가치를 들여다봐야만 하고 그동안 한국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로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득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저평가 논리는 더 이상 먹혀들기 힘들어졌다. 결국 지금 같은 시세 분출을 이해하기 위해선 은행에서 증시로 옮겨가는 ‘가계자산 배분’이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소리다.

사실 분산투자의 지혜는 예부터 강조돼 왔다. 예컨대 17세기 초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 가슴살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안토니오는 '내 사업은 완전히 믿을 만하지 않다. 그래서 재산을 하나의 거래에 모두 쏟아붓지 않았기 때문에 설령 한가지 사업에 실패해도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읊었다. 그러다 1952년 미국의 해리 마코위츠가 ‘포트폴리오 선택이론(Portfolio Selection)’이란 14쪽짜리 논문에서 분산투자를 체계화했다. 그는 “존 버 윌리엄스의 투자이론 책을 읽다가 수익뿐 아니라 위험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논리에 충격을 받았다”며 ‘모든 투자의 핵심은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선 분산투자 문화가 일천하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했더니 2개 이하의 펀드에 가입했다는 투자자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증권의 박승훈 선임 펀드애널리스트는 “옛날처럼 주식으로 100m 달리기를 해서 돈 벌던 시대는 지났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60세 이후 먹고살 돈을 마련하는 게 투자”라며 “평소 자산배분에 조금만 신경 쓰면 국내외 주가가 오를 때 조용히 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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