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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전쟁터로 달려간 젊은 미소를 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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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오병상 chief Editor

젊은 그들의 환한 미소(3면 사진)를 보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합니다. 왜 그들은 사지(死地)를 마다하지 않고 웃으며 달려갔을까요. 왜 탈레반은 도움을 주고자 찾아온 이들을 납치하고 살해 위협까지 할까요.

종교를 빼고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종교는 성역(聖域)이란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세속의 이해타산과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분당샘물교회 청년들은 가지 말았어야 할 곳에 갔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사실상 전쟁터입니다. 미군과 NATO군이 탈레반과 싸우고 있습니다. 정규군이 싸우는 보통 전장보다 더 위험합니다. 탈레반이 납치·자폭테러·참수 등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달려들고 있는 살벌한 전장입니다. 탈레반이 지배하는 남부지역은 이라크보다 더 위험합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아프간을 여행제한국가로 지정하고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유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으로 달려간 기독 청년들의 행동은 순수한 봉사 이상의 종교적 열정으로 해석해야 맞습니다. 송재룡 교수의 분석(3면)처럼 한국 교회의 선교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개신교회 사이에서 해외선교가 마치 신앙심의 척도나 되는 양 경쟁적으로 더 많은 곳으로, 더 험한 곳으로 선교활동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선교활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아프간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입니다. 왜냐하면 탈레반은 가장 반(反)기독교적인 무장세력이니까요. 이슬람 원리주의자인 탈레반은 지금 외세를 상대로 성전(聖戰·지하드)을 벌이고 있습니다. 성전이란 곧 기독교에 대항하는 무슬림의 종교전쟁입니다. 이들은 미국을 필두로 한 외국군을 11세기 십자군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박애주의적 희생과 봉사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탈레반의 눈엔 적으로 보일 뿐입니다.

아프간은 세상서 가장 위험 '여행금지구역' 지정되어야

다행스럽게도 탈레반이 살해 위협을 했던 1차 시한(21일 오후 4시30분)을 무사히 넘겼습니다. 정부에서 적극 협상에 나섰고, 우리의 철군계획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1면).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무사 귀환까지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시급합니다. 먼저 정부는 당장 아프간을 ‘여행제한국가’에서 나아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해야 합니다. 이라크처럼 모든 국민의 아프간 입국을 봉쇄해야 합니다. “기독교 봉사단이 밀려와 통제가 안 된다”는 현지 KOICA 관계자의 말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실감하게 합니다.

정부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의 변화입니다. 탈레반에 납치된 청년들은 과연 아프간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갔을까요. 그들의 순수한 봉사정신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독실한 신앙심은 더더욱 의심할 수 없겠지요. 그러나 선의와 믿음만으로 헤쳐갈 수 없는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의인이라고 반드시 환란에서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요. 종교적 차원의 구원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현실 차원에서의 구원은 세속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송 교수의 주장처럼 해외선교 열풍을 재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청년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손 모아 기도합니다.

오병상 chief 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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