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전설 간직한 천혜의 휴양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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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8면

베이다이허는 허베이(河北)성 친황다오(秦皇島)시의 한 구(區)다. 친황다오는 진시황(秦始皇)이 이곳에서 사람을 바다로 보내 불로초를 구하게 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친황다오 북쪽엔 만리장성의 초입이자 천하제일관(天下第一關)으로 불리는 산하이관(山海關)이 자리 잡고 있다.

베이다이허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다이쯔(戴子)라는 꼬마 아가씨가 살았는데 계모의 학대가 심했다. 매일 물을 길어 큰 항아리를 채워야 했지만 어린 다이쯔가 해내기엔 역부족이어서 혼나기 일쑤였다. 하루는 신선이 나타나 왼쪽으로 세 바퀴,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며 주문을 외우도록 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물이 항아리에 가득 찼다. 이를 훔쳐본 계모는 다이쯔가 집을 비운 사이 주문을 외웠다.

그러나 물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몰라 항아리에서 흘러넘친 물이 마을을 덮쳤다. 뒤늦게 돌아온 다이쯔는 몸을 던져 물을 막아 마을을 구했다. 넘친 물은 하천이 됐고 사람들은 다이쯔의 이름을 따 다이허(戴河)라고 했다.

베이다이허는 다이허의 북쪽이란 뜻이다. 남쪽은 난다이허(南戴河)라고 부른다. 베이다이허는 약 70㎢에 인구는 6만 명가량. 작은 어촌이었던 베이다이허는 1893년 영국인 철도 건설자가 천혜의 휴양지라고 소문을 내며 국제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영국과 프랑스·미국·러시아 외교관들이 잇따라 별장을 지었다. 1948년 공산당이 이곳을 점령했을 때 크고 작은 719개의 별장이 있었으며 이 중 483개가 외국인 소유였다. 중국 공산당도 이곳에 200여 개의 휴양원을 세웠다. 매년 베이다이허로 피서를 오는 관광객은 600만 명에 달한다.

베이다이허의 강점은 고운 모래가 가득한 백사장으로 22.5㎞ 정도 길게 뻗어 있다.

또 깨끗한 바다와 맑은 공기, 그리고 여름철 평균기온이 베이징보다 평균 3~5도 낮아 피서에 좋다는 점이다. 한 해 동안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은 평균 7.6일로 일주일 정도에 불과하다. 여름철 평균기온은 24.5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해발 153m에 불과한 롄펑산(聯峰山)에 올라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日出)을 보는 것는 장관이다. 계절마다 찾아드는 철새 또한 베이다이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로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새 종류만 405종에 달한다.

또 1971년 9월 마오쩌둥에 반대하는 쿠데타를 계획하다 발각돼 군용기 편으로 소련 망명을 시도하다 추락해 숨진 린뱌오(林彪)가 중국을 떠나기 직전에 머물렀던 곳도 베이다이허다. 린뱌오 별장은 뭇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과거 베이징에서 베이다이허에 가려면 기차를 타고 대여섯 시간이 걸렸으나 이젠 시원하게 길이 뚫려 세 시간 드라이브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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