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제재”서 슬며시 뒷걸음/재산공개파문…안팎으로 뒤숭숭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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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처리방향/“강제조사할 능력없다” 국회로 떠넘겨/문제의원 반발 잠재울 지도력도 미약
민주당이 재산공개후 문제의원들의 처리에 꼬리를 내리고 있다. 남을 개혁시키는데는 큰소리쳐왔지만 자기개혁은 싫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재산공개과정에서 허위 및 누락 등 불성실신고에 대해선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이부영재산공개대책위원장은 『만약 누락·투기·위법재산증식과 공직을 이용한 재산증식 등이 있을 경우 실사를 거쳐 당기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예고했었다.
○오히려 언론에 화살
그러나 공개직후부터 개혁의 칼날이 슬그머니 사라지면서 당수뇌부는 민주당의 「성실신고」를 평가해주지 않는 언론을 비난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산공개대책위는 『야당은 정부·여당과 달리 강제조사를 할 능력이 없으므로 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개정을 해 그 법에 따라 국회에서 실사를 해야한다』며 돌연 공을 국회로 떠넘겨버렸다. 7일 최고위원회의도 이 「건의」를 수용했다.
최고위원회는 여론의 「포화」를 의식,학교법인재산 누락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신진욱의원(전국구)에 대한 실사만을 형식적으로 한뒤 종합평가보고서를 내고 유야무야시킬 작정이다.
○신의원실사 형식적
13개 학교를 갖고 있음에도 17억원만을 신고,당내에서조사 「축소」시비가 일었던 신 의원은 오히려 본인이 실사를 요청해와 「해명성 실사」가 될 것임을 반증했다.
당지도부의 이같은 소극적 태도는 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눌러버릴 권위와 지도력이 없기 때문이다.
재산공개직후 언론에 보완대상자 10여명 확정·강력제재방침이 전해지자 당내는 벌집쑤셔놓은 것만큼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신기하·장석화의원 등은 당무회의에서 『누가 누구를 보고 보완을 하라는 말이냐』고 수뇌부에 대들었다.
거명된 한 전국구의원은 『돈이 필요해서 의원직을 팔아먹을 때는 언제고 이제와 무슨 출당이냐』고 수뇌부에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이들은 재야출신의 개혁정치모임(이부영·박계동·제정구·원혜영·김원웅의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재산공개대책위에 대해서 『개혁세력이 보수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사전에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당초 이기택대표는 『우리당은 공직을 거친 의원이 없어 부정축재가 없는 것은 물론 시가기준·동산 포함 공개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민자당과의 「차별화」에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공개직후부터 미성년자부동산증여·투기성부동산·위장전입 등의 악재가 터져나와 차별화는 고사하고 반발만 나타나자 도리어 「처벌의 차별화」를 모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여당덫에 걸렸다”
이 대표는 6일 『주변에서 건의도 많이 해왔으나 출당조치 등 딱 떨어지는 처벌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다만 나는 「성실한 신고」만을 촉구했을 따름』이라고 발을 뺐다. 당초 의욕적인 자세에서 궁지로 몰린 이부영재산공개대책위원장 또한 『허위기재·누락 등이 있어서는 안되며 당헌 당규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고만 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최고위원회의는 결국 『민주당이 감사원·검찰 등의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전면적 실사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이번 재산공개를 여당의 덫에 걸렸다고 뒤늦게 후회하고 있다.
재산공개는 결국 김영삼대통령의 「미운털제거」 의도고 민주당이 처벌까지 따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4월국회에서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그 법과 기준에 따라 전면실사는 물론 처벌기준을 삼아야 한다는 「법치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뒤 실사는 물론 처벌을 사실상 포기해 버리고 만 것이다.
민주당은 그간 「뼈를 깎는 아픔으로 도덕정당으로 태어나겠다」고 말해온 외침이 겉다르고 속다른게 아니냐는 여론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궁금하다.<최훈기자>
◎해명분주/「벌집」 임대에 “50가구 모두 세준적 없다”/9세 외아들 땅 “형님이 축하하며 준것”
민주당은 7일 재산공개후 보충설명을 필요로 하는 의원들에게 해명기회를 주었다.
해명에 나선 의원들은 상당수가 변명조여서 오히려 긁어부스럼의 소지도 있다.
▲이경재의원(구로을)=서울 동자동에 본인·가족명의의 주택 6채 보유 및 「벌집」 임대에 대해 『향후 건물을 짓기위해 장기간에 걸쳐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 이 의원은 동자동 주택을 50여가구에 「벌집」으로 임대한데 대해 『본인·일가족소유주택 6채에 대해서만 세를 주었을뿐 50여가구에 세를 주지는 않았다. 세입자가 재임대했을 것』이라고 설명. 그는 「도덕성」의 흠결로 지적되고 있는 서울 개봉동 상가의 안마시술소임대에 대해선 『맹인목사에게 안마시술소를 임대한 적은 있으나 지난 총선이후 폐업 시켰고 여관과 대중탕은 훨씬 이전부터 세를 준 것이지 업종을 변경한 것은 아니었다』고 변명했다.
▲신진욱의원(전국구)=17억원의 개인재산만을 신고하고 1백50억원의 재단출연총액만 밝혀 불성실신고로 지목된 신 의원은 뒤늦게 자신의 대구협성교육재단의 재산총액이 1천4백30억원(교육용 1천2백억·수익용 2백30억)이라고 공개.
신 의원은 『이는 어디까지나 학교법인의 소유재산으로 본인의 개인재산과는 차별돼야 한다』고 주장.
그는 『대구·경산·울주 임야 7만3천여평과 제주도 임야 5백80평도 과거 협성상호신용금고 사주로서 금고부실채권정리시 인수한 임야』라고 주장.
▲이동근의원(전국구)=13,14대 연이어 특별당비를 내고 금배지를 달았음에도 5억9천여만원을 신고,「축소」 의혹이 일었던 이 의원은 『정치활동이후 재산을 차례로 매각했다』며 매각 사례는 △서울 이태원 토지 1백85평(현시가 30억) △서울 이촌동건물 92평(10억) △서울CC골프회원권(1억5천만원) 등 시가 41억5천만원이라고 설명했으나 사용명세를 공개하지 않았다.
▲김충현의원(전국구)=1백2억여원의 재산총액으로 3위에 오른 김 의원은 문제가 되고 있는 아들(9세)의 남제주군 소재 땅 1천3백77평(시가 9천3백만원)의 취득경위는 『둘째딸을 낳고 5년만인 84년에 첫아들을 얻게되자 형님이 축하하는 뜻에서 조카앞으로 증여해 준 것』이라고 변명.
▲이장희의원(전국구)=서울 갈현동·경북 영일군·충북 음성군 등지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해 자신이 경영하던 한남주택(주)의 주택건설부지용이라고 해명.
▲장재식의원(전국구)=장남 명의로 돼있는 경기 용인군 남사면 소재 임야 6천3백여평을 갖고 있는데 대해 69년 재무부의 대대적인 국유지불하캠페인에 따라 가족묘지용으로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
▲하근수의원(인천남을)=자녀명의로 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88년 병석에 누운 장인이 재산정리과정에서 외손주들에게 증여한 것이라고 해명.
▲강희찬의원(전국구)=부동산 투기의혹을 받고있는 서울 명일동 토지는 70,71년에 걸쳐 학교용부지로 매입했으나 그린벨트·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 있으며 경기 평택군 6필지 땅은 현재 주유소를 신축중이고 제주 땅 10필지는 선친으로 부터 상속받은 것이라고 해명.
한편 강창성·강철선의원 등 같이 보충설명서 제시와는 달리 대리인 등을 통해 해명해 온 경우도 있다.
▲강창성의원(전국구)=제주도 땅은 80년 신군부에 의해 삼청교육을 받고나와 노후생활을 하기 위해 매입했으나 그나마 5공정권이 가로막아 일본유학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
▲강철선의원(옥구)=일부 언론에 보도된대로 충북 중원군 땅의 공시지가는 19억5천만원이 아니라 1억9천만원이며 산간 오지로 재산가치가 없다고 해명.<신성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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