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基 가동, 설비 용량 1771만㎾ 세계 6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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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8면

예년보다 일찍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한전은 지난달 15일 비상대책 상황실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전 김우성 과장은 “7월 말부터 8월 중순의 오후 3시 전후는 냉방기기 가동이 많아 전력 과부하가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올여름 순간 최대 전력이 지난해보다 4.3% 증가한 6150만㎾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처음으로 6000만㎾를 넘어서면서 전력 예비율이 최근 10년 중 최저인 9.8%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 원자력 현주소

국내 20개 원자력발전소의 운영을 맡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도 6월 말부터 비상 관리에 들어갔다. 원전에 이상이 생겨 가동이 중단되면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의 발전량은 1487억㎾h로 국내 전기 생산의 39.0%를 차지했다. 영광 3~6호기, 울진 3~6호기의 원전 1기가 한 시간 멈추면 서울 지하철 2호선이 하루 운행하는 데 필요한 전력이 날아간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전력 수급의 80%를 석유·무연탄 등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담당했다. 그러나 1, 2차 석유파동을 계기로 한국은 원자력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1978년 4월 고리 1호기가 가동되면서 한국도 원전이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 후 고리·월성·영광·울진 등 4개 지역에 원전이 속속 건설돼 현재 20기가 가동 중이다.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독일에 이어 설비용량(순간 최대 발전량) 1771만㎾로 세계 6위의 원전 국가로 성장했다. 여기에 2005년에 착공해 공사가 진행 중인 신고리 1~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2009년 착공 예정인 신울진 1·2호기까지 더하면 2016년에는 28기의 원전 보유국이 된다.

한국의 원전 성능은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일정 기간 동안 최대출력으로 정지 없이 발전했을 때 100%)은 92.3%로 세계 평균이용률 79.5%보다 훨씬 높다.

92년 한국 표준형 원전 개발
원전 기술에서도 발전을 거듭했다. 초창기에 건설된 고리 원전 1·2호기와 월성 원전 1호기는 일괄 도급 방식이었다. 발전소의 설계에서부터 제작·건설·시운전에 이르기까지 모든 권한과 책임을 외국회사에 맡겼다. 기술 축적이나 국산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985년 준공된 고리 원전 3호기와 이듬해 준공된 4호기부터는 원자로 계통, 터빈 및 발전기, 보조기기를 부문별로 발주해 국내 기업의 참여 기회를 높였다. 1987년 발주한 영광원전 3·4호기부터는 국내 업체를 주계약자로 선정하고 기술도입 위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발판으로 1992년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 단계 높인 100만㎾급 ‘한국표준형 원전’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2002년 한수원은 차세대 원전인 140만㎾급 ‘신형경수로1400(APR1400)’을 국내 고유 기술로 개발했다. 원전 수명을 60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신형경수로는 2007년 4월 착공해 공사 중인 신고리 원전 3·4호기에 적용됐다.

한국전력기술(KOPEC) 신고리 3·4호기팀의 박문백 부장은 지난 한 해를 동료 엔지니어 5명과 함께 미국 피츠버그 인근에 있는 웨스팅하우스의 에너지센터에서 보냈다. 웨스팅하우스가 새로 개발 중인 원자로의 기반 설계를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박 부장은 “30년 전 고리 1호기를 지은 웨스팅하우스에 설계 기술을 지원하고 1500만 달러를 받아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38조원 중국 시장 놓고 美·日과 경합
한국은 곧 원전 수출국이 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1호기 준공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100만㎾h급 원전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인도네시아와 원자력 협정을, 원전 건설을 담당할 한전·한수원은 인도네시아 원자력청·국영전력공사와 각각 원전 건설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원전 건설사업에 뛰어들었고, 베트남과 공동으로 한국형 원전 건설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 원전 3·4호기 건설사업을 추진 중인 루마니아와도 협정을 체결하는 등 동유럽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이 밖에 원전 건설 공사 규모만 400억 달러(약 38조원)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해 신형경수로 기술을 앞세워 미국·일본·프랑스 등과 경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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